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 발전이나 정치 발전을 위해 당 대표가 공정하게 하리라 믿고 당 대표께 맡기기로 했다”며 “원칙은 정해지면 누구에게나 공평히 적용하는 것이고, 그래야 공정한 공천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강경파 측근들이 주장해 온 이방호 사무총장 사퇴 문제에 대해서도 “당 대표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표가 이 같은 결정을 하는 데는 임태희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의 ‘화해 메시지’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막후 설득 작업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김무성 최고위원을 구명하기 위해 집단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 당선인 측을 겨냥해 “선거법 위반자까지 공천 신청을 제한하자”고 물고 들어가는 등 원칙 없이 행동해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계파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모임을 취소했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김무성 최고위원은 5일 중 당에 공천 신청서를 접수시킬 예정이다.
공천의 대원칙에 대해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지역구별로 불꽃 튀는 ‘백병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공심위는 5일까지 공천 신청서 접수를 마무리한 뒤 9일부터 지역구별로 개별 심사를 시작한다.
현재 각 지역구에서는 이른바 ‘동아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즉 공천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와 줄이 닿아 있느냐가 공천의 실질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당선인 측에서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 측에서는 김무성 최고위원이 공천에 영향력이 있다는 말이 지역에 파다하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당 지도부에서는 ‘공정 공천’ 운운하지만 실제 지역구에서는 공천이 계파 간 담합에 따라 진행된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흥분했다.
경기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정치인도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가 넘쳐 나는 상황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나 김 최고위원 측과 줄이 닿아 있지 않으면 공천을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공심위가 투명한 절차에 따라 능력과 자질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