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총선 위해 문지기 역할이라도 할 것”
호남 물갈이 등 ‘공천 불씨’ 여전히 잠복
최근 호남 공천 물갈이, 당직 인선 등을 놓고 갈등 양상을 보여 온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 후보가 5일 손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양 측은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가진 조찬 회동을 통해 그동안의 갈등설을 일축하고 당 쇄신과 총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조찬 회동 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정 전 후보가 ‘반성과 참회, 쇄신과 변화만이 우리의 살 길이며 이를 위해 당의 화합과 단합이 중요하다. 화합을 위해 앞장서고 문지기 역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 대변인은 “두 분은 특히 국민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법 개편안, 영어 몰입교육 등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면서 “국민이 이런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데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천과 관련해 “정 전 후보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을 모신 것은 정말 잘한 것이다.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한나라당보다 더 반듯한 공천을 해서 국민의 지지가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는 손 대표 측의 우상호 대변인, 이기우 비서실장과 정 전 후보 측 박영선 김현미 의원이 배석했다.
손 대표와 정 전 후보는 50여 분 동안 조찬을 겸해 독대를 하며 총선 및 공천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내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에 대해 “정 전 후보계 인사들의 신당 창당설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일 뿐이며 호남 물갈이론 등 공천 과정에서 생길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회동을 계기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적 인물인 손 대표와 정 전 후보의 서울 지역구 동반 출마설이 당내에서 힘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비례대표 또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대신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해 침체된 총선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는 것.
정 전 후보는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또는 현 거주지이자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대문을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서대문을 지역구의 경우 “원내 제1당 대선 후보가 초선 국회의원과 대결하는 것은 모양새가 안 좋다”는 지적이 많다.
손 대표는 경기 파주 또는 광명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천 과정에 국민의 다양한 뜻을 반영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시민심사위원단을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심사위원단은 의결권은 없지만 공천 신청 후보자들에 대한 의견을 공천심사위원회에 전달하고 공심위가 이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시민심사위원단은 10명 이내로 구성될 예정이며, 5∼10일 대통합민주신당 홈페이지(www.undp.kr)를 통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된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당초 설 연휴 전까지 공심위원 구성을 완료하기로 했으나 민주당과의 통합 협상과 외부 인사 영입이 늦어짐에 따라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가급적 조속한 시일 안에 인선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