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미디어 - 측근정치에 나타난 ‘北2007 권력구조’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2분


■ 北 권력엘리트 누가 얼마나 언론에 보도됐나

‘北 얼굴마담 역할’ 핵심 黨간부들이 장악

최태복 김기남 김중린 등 당비서 상위권 포진

1위는 명목상 국가수반 김영남… 337회 나와

軍은 김일철뿐… 6자회담 외무관료 자주 등장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5월 초 군부대를 시찰한 후 한 달 동안 북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한국과 세계 언론들은 ‘건강 악화설’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한 달 뒤 북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고 10월 열린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국 등의 보도를 공식 부인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김 위원장은 물론이고 그를 추종하는 핵심 권력 엘리트들이 얼마나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지는 북한 권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는 북한이 공개하는 정보가 워낙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에 기인한다.

김 위원장은 소수의 최측근 그룹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이들을 언론에 적절하게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중을 다른 권력 엘리트들과 인민 대중에게 전달하는 이른바 ‘측근정치’와 ‘미디어 정치’의 달인으로 통한다.

본보와 통일부 정보분석본부가 지난해 노동신문 등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북한 권력 엘리트 20명의 면면을 분석한 결과 조선노동당의 권력 독점 구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김영남, 상위는 당 간부 독식=지난해 가장 많이 언론에 소개된 사람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입법부) 상임위원장으로 모두 337회다. 신문이 발행되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소개된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상임위원장은 명목상의 국가수반으로서 외빈 접견, 외교사절 접수, 각국에 대한 전문 발송 등으로 대외 활동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위부터 6위까지 중 5위를 제외하고는 조선노동당 최고위 간부들이 독차지해 북한 ‘당-국가 사회주의 체제’에 변화가 없음을 증명했다. 당-국가 사회주의는 오직 조선노동당만이 실질적인 정치세력이며 조선노동당이 국가권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는 체제를 말한다.

조선노동당 총비서이기도 한 김 위원장 본인이 2위(205회)를 차지했고 3, 4, 6위는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이 줄을 이었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기도 한 최태복(123회)에 이어 김기남(107회), 김중린(76회) 등의 순이다.

▽최고인민회의 이어 내각은 10위권 이하=최고인민회의 간부로는 김영남에 이어 3위 최태복 의장(겸임), 5위 양형섭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14위 최영림 상임위원회 서기장이 각각 차지했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되며 김 위원장은 이들을 앞세워 대의민주주의를 흉내 내고 대중에 대해 정책 선동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8년 개정 헌법에 따라서 경제 정책 수립 및 실행이라는 ‘경제난 극복’의 책임을 떠맡은 내각(행정부)은 공동 7위인 김영일(70회) 총리 이하에 9명이 두껍게 포진했다.

김 총리는 지난해 4월 육해운상(장관)에서 승진했으며 베트남과 남한을 방문하는 등 김정일 위원장의 지원하에 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대내외 활동을 펼쳤다.

김 총리의 뒤를 김영일(동명이인·10위) 외무성 부상, 임경만(11위) 무역상, 김형준 외무성(12위) 부상, 강능수(15위) 문화상 등이 이었다. 제2차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2·13합의와 10·3합의 등으로 결실을 보면서 외무성 수뇌부가 자주 등장했다.

▽선전용 단체와 숨겨진 측근들=대외단체로는 유일하게 조선대외문화연락위원회의 문재철 위원장 대리가 공동 7위를 차지했다.

북한이 다당제 국가임을 선전하기 위해 존치시키고 있는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김영대 위원장도 13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실세라기보다는 대내외 선전용에 가깝다.

당과 함께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권력집단인 군 엘리트들은 은밀성을 생명으로 하는 조직 특성상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는 김일철(9위) 인민무력부장만 포함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강관주 당 대외연락부장, 김동운 당 39호 실장, 오극렬 당 작전부장처럼 김 위원장의 최측근 실세지만 언론 보도에 잘 등장하지 않는 인물도 많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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