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개혁상징’ 붉은 장미 나눠주기도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장에 붉은 장미를 한 아름 안고 나타났다. 양복 상의에 붉은 장미를 꽂은 손 대표는 기자들과 당직자들에게 장미를 한 송이씩 나눠 줬다.
붉은 장미는 정치사에서 ‘제3의 길’과 함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통한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86년 보수당 노선을 접목한 ‘신노동당(New Labor)’ 정책과 당 쇄신을 내세우며 노동당의 엠블럼을 붉은 깃발에서 붉은 장미로 바꿨다.
손 대표가 당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동당식 당 개혁을 밀어붙여 총선에서 선택받겠다는 ‘의지’를 붉은 장미로 보여 준 셈이다.
취임 한 달 동안 손 대표는 지난해 대선 참패 이후 좌초 위기에 몰린 대통합민주신당을 안정시키고 총선을 치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 안정에 이어 손 대표가 2차 과제로 추진해야 하는 당 쇄신 작업은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손 대표는 “당 쇄신의 상징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공천을 통한 ‘물갈이’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천 쇄신’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칫 어렵게 쌓은 당의 안정마저 허물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이다.
손 대표는 또 공천 방법과 관련해 “공천 과정에서부터 모바일(휴대전화) 투표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모바일 투표는 일반 국민의 참여를 통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과 노선을 공유하지 않는 일반인이 후보 선출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이후 당명이나 후보자 명의를 밝히고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선거법 조항도 모바일 투표 실시와 관련한 장벽 가운데 하나다.
‘제3의 길’로 압축되는 손 대표의 ‘새로운 진보’ 노선도 갈등의 불씨다.
손 대표의 새로운 야당 노선에 대해서는 “신선하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실용주의와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결국 손 대표의 정치실험은 총선 성적표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니만큼 70석을 얻는다면 손 대표의 재신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