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거부권 행사, 임기 13일 남기고 국회와 충돌

  • 입력 2008년 2월 13일 02시 50분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 법안이 또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2000년 1월부터 시행된 학교용지부담금제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학교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300채 이상의 아파트를 신축할 때 분양자에게서 분양가의 0.7%를 징수하는 것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1억 원이라면 70만 원을 학교 용지 확보비용으로 지출하게 되는 것.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5년 3월 학교용지 매입비용을 국가가 아닌 분양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아파트 분양자로부터 자치단체가 거둔 학교용지부담금은 잘못된 것인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의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특별법안을 상정했다. 위헌 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해 2005년 3월 24일 이전의 구법(舊法)인 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한 사람 전원에게 납부금을 환급하거나 납부 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납부자 구제를 위해 위헌 결정 효력을 소급해 환급하도록 한 입법은 처음이었고, 소급 적용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지초과이득세 등 위헌 결정이 난 조세나 부과금은 환급 시기를 전면 소급 적용해 되돌려준 전례가 없다.

여기에다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과정에서 환급 주체가 ‘지자체’에서 ‘중앙정부’로 수정됐다. 이후 국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법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반발하는 이유는 △위헌 결정이 있을 때마다 이해 당사자들이 소급 입법을 요구해 소모적인 논쟁을 야기할 수 있고 △지자체가 징수한 부담금을 국가가 돌려주게 된 데다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각 지자체가 징수한 부담금 총액은 5664억 원(31만6026명).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지자체들은 1135억 원(6만6098명)을 이미 돌려줬다. 하지만 아직 돌려주지 않은 미환급액이 4529억 원(24만9928명)이다. 환급 특별법 제정에 대비해 지자체가 보유 중인 집행잔액 1206억 원을 뺀다 하더라도 이자(1288억 원)까지 포함하면 환급을 위해 필요한 총재원이 무려 4611억 원이나 된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회에서 재의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찬성한다면 법안은 재의결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문제의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찬성한 의원이 출석 의원 223명 중 216명이었고, 4월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재의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미 소송을 통해 1135억 원의 부담금을 돌려받은 6만6098명과의 형평성 문제다. 임기를 13일 남겨둔 노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은 이래저래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거부권 행사 사례
거부권 행사일법안이유
2004.3.25사면법 개정안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외국에도 이런 입법례가 없다.
2004.3.25거창사건 관련자
명예회복 특별조치법
유사사건으로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
2007.7.31일제 강점하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안
법안 시행시 예상되는 재정부담과 다른 과거사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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