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국장 “北 핵확산 활동 개입 확신”
정부 “속도 느리지만 실질 조치 진행중”
“최소한 당분간 북한의 플루토늄 추가 생산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3일 ‘2·13 합의 1주년 내외신 브리핑’에서 “2·13 합의와 뒤이은 10·3 합의 이행사항이 우리 욕심만큼 속도를 내고 있지 않지만 영변 핵시설 폐쇄 등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7년 2월 13일 도출된 2·13 합의가 1주년을 맞았다. 2·13 합의는 북핵 폐기 로드맵을 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의 1단계 이행조치로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당시 총체적인 난관에 빠졌던 북핵 문제를 다시 협상의 궤도에 올려놓았다. 같은 해 불능화 및 핵 신고 시한을 담은 10·3 합의로 이어지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북한은 결국 지난해 말까지로 돼 있는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 시한을 넘겼다. 2002년 북-미 제네바 합의 파행을 몰고 온 북한의 농축우라늄계획(UEP)을 둘러싼 양국의 ‘진실게임’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1년 전 6자회담서 핵시설 폐쇄 약속
2007년은 북핵 문제에 있어 기록할 만한 해였다.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와 북한 핵실험이라는 중대 위기를 맞아 좌초될 뻔하던 북핵문제가 다시 협상의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2007년 2월 13일 제5차 6자회담에서 도출된 2·13 합의는 순항의 ‘신호탄처럼 보였다. 6자는 △핵시설의 폐쇄 및 봉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복귀 △모든 핵프로그램의 목록 작성 협의 △중유 5만 t 긴급 대북 지원 등에 합의했다.
뒤이어 10월에는 북한이 연말까지 영변 핵시설 3곳 등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 완료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완료하면 나머지 5개국이 중유 100만 t을 지원하기로 한 10·3 합의가 나왔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가 80%가량 진행됐고 이로 인해 플루토늄의 추가생산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천 본부장은 “현재 불능화는 북측이 약속한 11개 조치 중에서 8개는 이미 완료했고 나머지는 연료봉 인출 문제 등 안전을 위한 기술적 문제만 남았다”고 평했다.
핵심부품을 제거하는 불능화(disablement)는 가동을 중단하는 동결(freeze)과 달라 북한의 마음이 바뀌어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 기술문제로 재가동이 어렵다. 그러나 2002년 북핵 2차 위기를 야기한 UEP 현존 문제나 북한의 시리아로의 핵 이전 등 핵심 문제가 난관에 빠지면서 6자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 산 넘어 산…남은 논란들
천 본부장은 13일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는 명분과 체면 측면으로도 어정쩡하게 넘기기 어렵다”며 “우리 뿐 아니라 일본 유럽연합(EU)도 제네바 합의 이행을 위한 경수로 지원에 십 수억 달러를 지원했으나 UEP 문제로 도중에 중단했다. 합의를 파탄나게 한 원인 규명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2년 북핵 2차 위기는 고농축우라늄(HEU)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진실게임에서 출발했다. 당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방북 후 “북한이 HEU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미국이 먼저 제네바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핵 신고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의 배경을 ‘체면과 명분의 문제’라고 한 것은 우라늄 농축 문제를 골자로 하는 핵 신고가 제2차 북핵 위기 발단의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10·3합의 이행사항이 지연되면서 북한의 핵 폐기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는 이야기가 미국 강경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마이클 매코널 국가정보국장은 “북한이 UEP와 핵 확산 활동의 두 가지 문제에 계속 개입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천 본부장은 “현 단계에서 북한이 어떻게 되든 약속을 무조건 지킬 거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정치 안보적 환경도 구성하고 핵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끔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