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준 쌀 일부 軍부대 유출 확인…통일부 알고도 ‘쉬쉬’

  • 입력 2008년 2월 15일 03시 00분


2006년 5월 북한 군인이 ‘대한민국’ ‘40㎏’이라고 찍힌 쌀 포대를 화차에서 군용트럭으로 옮기는 장면을 탈북자가 찍은 동영상. 사진 제공 주간동아
2006년 5월 북한 군인이 ‘대한민국’ ‘40㎏’이라고 찍힌 쌀 포대를 화차에서 군용트럭으로 옮기는 장면을 탈북자가 찍은 동영상. 사진 제공 주간동아
대북 지원용 쌀 일부가 강원도 등 비무장지대(DMZ) 인근 북한군 최전방 부대로 유출된 사실을 군 당국이 포착해 통일부 등 관련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강원 인제 지역의 북한군 최전방 부대에서 적십자 마크 또는 ‘대한민국’ 글자가 찍힌 쌀 포대가 군용트럭에서 하역되거나 부대 내에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 당국은 고성능 감시 장비로 남한이 제공한 쌀 포대가 북한군 부대의 진지 구축에 이용되고 있는 모습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북한군 부대로의 유출이 확인된 쌀 포대는 10여 차례에 걸쳐 400여 개 정도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군 당국은 북한에 지원한 쌀 일부가 군부대로 유출되고 있다는 첩보를 포착해 통일부 등 유관 부처에 통보했다”며 “대북 지원용 쌀의 배분 문제는 국방부의 소관 사안이 아니어서 남북 군사회담에서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에서 제공받은 쌀을 군량미로 전용했다는 의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2006년 9월에는 함경남도 단천역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대한민국’ 글자가 찍힌 대북 지원용 쌀을 화차에서 군용트럭에 옮겨 싣는 장면을 촬영한 한 탈북자의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본보 2006년 9월 6일자 A1면 참조

▶ "남한서 지원한 쌀 북한군이 가져가" 주간동아 화면공개

통일부 등 정부 당국은 북한의 쌀 전용 첩보를 여러 차례 확인하고도 북한의 눈치를 보며 이를 쉬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통일부는 이날 보도 참고자료에서 “북한에 제공된 쌀의 분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북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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