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특별검사팀은 BBK 주가 조작 사건 의혹과 관련해 김경준 씨의 아내 이보라 씨를 소환 조사하려 했지만 이 씨가 거부했다고 14일 밝혔다.
특검팀은 미국에 있는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도 소환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부르지 않았다.
▶본보 14일자 A2면 참조
특검 관계자는 “김 씨의 주가 조작 혐의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김 씨의 아내와 누나를 불러 조사하려 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한국 검찰의 수사 대상이어서 국내로 소환되면 구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에리카 씨는 김 씨의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자금 횡령을 공모한 혐의로 한국 검찰에 의해 지난해 12월 지명수배됐다.
김 씨의 변호인 홍선식 변호사는 “에리카 씨가 미국 검찰과 형량을 협상했지만 김 씨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더는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취지였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BBK투자자문이 운용했던 역외 펀드 MAF의 계좌 인출권이 김 씨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MAF의 규모가 수백억 원이기 때문에 BBK와는 별도로 펀드 수탁회사를 지정해야 하는데도 MAF 계좌의 인증서명란에 김 씨와 이보라 씨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김 씨가 처음부터 MAF를 정상적으로 운용하지 않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인만큼 김 씨 진술의 신뢰성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