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세고 각론엔 차이 불협화음 가능성도
이명박 정부 첫 경제팀 컬러는
이명박 정부를 이끌어갈 첫 경제팀이 윤곽을 드러내자 정부과천청사 경제부처 안팎에서는 이 팀이 ‘규제완화와 감세(減稅)를 통한 시장기능 확대’라는 분명한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만수(63) 기획재정부 장관-곽승준(48)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김중수(61)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이뤄지는 삼각편대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이윤호(60) 지식경제부 장관이 산업 부문 정책을, 곧 발표될 금융위원장이 금융 부문 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강만수 장관, 곽승준 수석, 김중수 수석 내정자 등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이 한결같이 소신이 뚜렷한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의견 충돌이 잦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1기 경제팀 멤버들은 모두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 성장동력을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공통된 경제철학을 갖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법인세 폐지를 주장할 정도로 대표적인 ‘감세론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 사항인 법인세 인하,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 등이 그에게서 나왔다. 곽승준 수석 내정자는 11일 이 당선인이 수석 내정자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규제 전봇대를 뽑아내는 발상 전환을 통해 국정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할 정도로 시장자율과 규제완화에 대한 강한 소신을 갖고 있다. 김중수 수석 내정자도 ‘개방과 경쟁’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시장주의 학자다. 여기다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된 것은 반기업 정서와 규제를 청소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강 장관 내정자는 예산, 세제, 거시정책 등의 기능을 포괄하는 기획재정부를 맡아 경제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는 ‘현장 사령관’의 역할을 맡게 될 전망. 특히 강 장관 내정자는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 수장의 자격으로 경제부처는 물론 노동 환경 복지 의료 등의 이슈와 관련해 사회부처와 의견을 조율할 때 발언권을 강하게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곽 수석 내정자는 국가경제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김 수석 내정자는 청와대와 경제부처들 간의 정책 조율을 담당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만수, 곽승준, 김중수 내정자 모두 비슷한 경제철학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생각이 다른 점이 많고 모두 강한 캐릭터여서 의견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컨대 강 장관 내정자는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인하에 적극적이지만 곽승준 내정자는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종부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이며 법인세도 중소기업에 대한 세율 인하에 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강 장관 내정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부세를 대폭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뒤 곽 수석 내정자가 일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종부세는 당분간 현행 수준으로 간다”고 해명했다.
또 곽 수석 내정자는 산업은행 민영화와 금산분리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지만 강 장관 내정자는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 경제부처의 차관급 인사는 “김 수석 내정자도 누구 못지않게 소신이 분명하며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고집도 있다”며 “얼마나 원만하게 의견을 조율해 나가느냐에 새 정부 첫 경제팀의 성공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