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당 “협상안 당선인 지장 받아와라”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14일 오후 늦게 여성가족부 문제에 대해 일부 의견 접근을 보았지만 결국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고 15일에는 협상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채 교착상태를 이어갔다.
새 정부 출범이 9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결국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의 결단이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여야는 15일 다음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책임 공방만 벌였다.
○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줘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나라당에서는 원내대표에게 최종 권한을 주고 있는데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손 대표가 직접 관여하면서 원내대표의 권한을 제약하고 있다”며 손 대표를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15일 오전 협상 타결까지 전망했으나 손 대표가 해양수산부의 존치를 강력하게 주장함에 따라 협상이 결렬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대대표 사무실을 찾아 신당 측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를 전해 듣고 최종 의견 조율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쟁점이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이제는 협상 창구를 일원화해 원내대표 간 회담에서 담판을 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결국 여성부와 해양부 존치를 놓고 양측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당선인과 손 대표의 결심이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대통합민주신당 “한나라 협상팀 못 믿겠다”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 안 원내대표가 이 당선인의 지장을 찍어 오든지, 인지가 붙은 서류를 가져오든지 해야지 어떻게 협상팀을 믿고 협상을 하겠느냐”며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을 성토했다.
한나라당이 정부조직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자꾸 말을 바꾸고 언론을 상대로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는 이 당선인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손 대표는 “품격있는 야당, 건전한 정당정치를 실현해 보고자 했으나, (협상이 타결됐다는)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정말로 경악과 슬픔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게 정치를 하자는 건지, 이게 야당을 대하는 신정부의 자세인지…”라고 목청을 높였다.
전날 심야 협상이 사실상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이 당선인의 거부로 막판에 결렬됐다는 유인태 국회 행정자치위원장의 보고가 있자 대통합민주신당 최고위원들은 “야당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고, 회의는 강경 대응 일변도로 진행됐다.
특히 손 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이날 각 언론에 보도된 새 정부 조각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려 하자 “죄송하지만 법에도 없는 인사에 대해 논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이례적으로 김 원내대표의 말을 중간에 자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손 대표가 비교적 유연한 협상 자세를 보여 온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인수위 협상 전략과 기준 재검토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전방위 설득이라는 방법론에만 집착한 것 같다”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전략 부재에서 협상에만 급급했다”고 털어놨다.
이 당선인 측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한 협상 기준과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선인 측은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여러 개 중구난방식이 아닌 대표성이 있는 ‘라인’을 중심으로 협상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 정부 조각 명단 발표를 두고도 내부적으로 이견을 보이며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내정된 명단을 ‘국무위원’ 명칭으로 우선 발표한 뒤 협상 결과에 따라 조정하는 방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한 협상이 완전 타결된 뒤 발표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협상이 지연될 경우 불가피하게 국무위원 명칭으로 조각 명단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무위원이 구성이 안 되면 현재 내정된 대통령수석비서관들과 그 아래 비서관 행정관 인사도 할 수 없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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