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의결 규정 폐지’ 孫대표도 동의
계파 숫자만 맞추는 ‘균형공천’ 무의미
외부위원 6명 ‘코드’도 나와 똑같아
“4월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의 선전 여부는 공천 심사가 얼마나 현역 정치인들로부터 독립성을 갖느냐에 달렸다. (정치권의 간섭으로) 독립적 결정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내가) 이 자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박재승(69)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18일 공천심사위원 발표를 앞두고 이렇게 배수진을 쳤다. 그는 “공천심사위원 12명 가운데 정치인 5명 이외에 외부인사는 모두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코드맨’으로 골랐다.…욕 먹을 각오를 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2003∼2005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세종대 임시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다.
―공심위원으로 누가 참여하나.
“18일 공식 발표 이전에 공개하기는 어렵다. 교수, 재야 역사학자, 중소기업 대표, 의사가 포함된다. 법률가는 나밖에 없고, 여성은 1명이다.”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통합민주당의 주축이 된 대통합민주신당의 당규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에게 그 규정을 고쳐 달라고 요구했고, 손 대표가 동의했다. 다만 현역 정치인의 ‘물갈이 공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1차 공천심사 결과에 대해 ‘재고(再考)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그 요청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원안대로 확정된다. 손 대표의 약속사항이다.”
―하지만 손 대표 및 박상천 대표는 합당 발표 때 양당 간 ‘균형 공천’을 약속했다.
“숫자의 균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공천의 핵심은 국민의 눈에서 판단하고, 결과로 국민을 납득시키는 거다. 숫자의 균형에 국민이 동의하리라고 보는가.”
―공천에서 탈락한 정치인과 지지자의 반발이 예상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독립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내가 있을 이유가 없다. 낙천자에겐 어쩔 수 없다. 항의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보라’고 말해 주겠다. 그는 2000년 대선 때 표를 더 얻고도 승복하고 물러났다. 현장을 떠난 정치인으로 얼마나 (지구온난화 방지 운동 등) 좋은 일을 많이 해냈나. 한국 정치인도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씨, 차남인 김홍업 의원 문제가 개혁 공천의 핵심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금 답변할 게 마땅히 없다. 다른 심사위원들과 논의해 보겠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