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새 정부 발목잡으면 총선 이슈화”
민주 “표 때문에 동의할 수는 없어” 격앙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협상이 새 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둔 18일 ‘타결이냐, 파국이냐’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 동안 공식 접촉을 중단했던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은 18일 양당 원내대표들이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의 존폐 여부를 놓고 마지막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해양부의 존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계속 해양부를 요구하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장관 후보자들을 발표한 뒤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키로 했다.
▽강경한 민주당=민주당은 17일 “우리가 먼저 양보하고 말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대변인은 “이명박 당선인의 도장이 찍힌 협상안을 제시하거나, 최소한 협상대표단의 결정을 이 당선인이 뒤집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고 논평했다.
손학규 대표는 16일 부산, 전남 광양 및 여수 등 해양도시를 찾아 해양부 살리기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부산에서 열린 해양수산인 간담회에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최대한 양보하거나 합의해 줬지만, 국가 미래전략 차원에서 해양부는 반드시 존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날 부산 남항부두에서 열린 부산시민 궐기대회 참석 계획은 취소했다. 손 대표가 “차분한 태도로 임하는 게 낫겠다”고 지시했다는 게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협상 여지를 보여 준 태도”라는 해석과 “나중에 표로 심판받을 때 극단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각인하기 위한 포석”이란 시각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이 당선인이 16일 워크숍에서 언급한 ‘총선 심판론’에도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우 대변인은 “의원들이 지역을 다닐 때 정부 출범 때니까 들어주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을 들을 수 있겠지만, 정치적 손해라는 이유로 옳지 않은 일에 동의해 주면 그야말로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결렬이 낫다’=이 당선인 측은 협상을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위임하기로 했다.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협상을 했지만 오히려 혼선을 빚었고 오해만 낳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 당선인 측은 일단 18일 양당 회동을 지켜보기로 했지만 손 대표의 해양부 존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태도다. 한나라당은 협상 난항의 책임을 손 대표에게 묻는 동시에 협상 시한을 18일 오전으로 명시하면서 마지막 배수진을 쳤다. 여기에는 어차피 25일 정부 출범에 맞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물 건너간 상황인 만큼 더는 끌려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또 총선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하면 절대 불리할 게 없다는 게 당 내부 판단이다. 총선에서 ‘여소야대로 인한 1당의 정부 발목잡기’가 주 쟁점으로 부각되면 과반수 의석 확보의 최대 장애물로 우려해 온 ‘거대 여당 견제론’이 일거에 불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8일 또는 인사청문 요청을 낸 이후 주중에라도 두 당이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정부가 파행으로 출범하고 총선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가기에는 민주당의 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며 “해양부를 뺀 나머지 부처 및 위원회의 존폐와 기능 조정 등을 통해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