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뽑아낸 ‘실용공식’…정치함수에서 막혀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9일로 당선된 지 두 달을 맞으며 차기 대통령 업무 개시를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지난 62일간 이 당선인이 보여 준 말과 행보는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의 언행과는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 핵심은 이른바 ‘엠비이즘(MBism)’으로 통하는,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서 ‘경제 살리기’라는 단일 목표에 맞춰진 실용주의적 리더십이었다.

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역대 어느 대통령 당선인보다 가시적인 국정 목표와 분명한 과제를 던져 왔다. 지난달 1일에는 일본의 대장성 개혁의 사례를 적시하며 정부조직 개편의 방향을 밝혔다.

규제 완화에 대한 이 당선인의 의지는 ‘대불산업공단 전봇대’ 발언과 그에 따른 후속 행정 절차로 이어졌다. 현장 경험이 없으면 나오기 어려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 정책 지시였다.

이 당선인은 5일 국정과제 보고회의에서는 싱가포르 등에서 관광객 유치로까지 이어지는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추가 검토를 지시했고, 17일 대통령수석비서관 내정자 등과의 워크숍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산업의 성장 가치에 주목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의 두 달은 엄존하는 한국적 정치 지형과 국민 정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성급한 실적주의로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정부조직 개편은 그 취지와는 달리 협상 대상에 대한 고려가 간과돼 대통령 취임 1주일을 남겨 두고 힘겨운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당선인의 ‘영어교육 입국(立國)’이라는 취지에 따라 진행된 ‘영어 공교육 강화’ 프로그램은 미세한 정책의 변화에도 학부모의 정서와 관련 사교육 시장이 요동치는 현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이 당선인이 지난 두 달의 성공과 실패를 면밀하게 평가해 ‘이명박 정부’의 성패를 가를 ‘임기 초반 2년’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택(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오늘날 이 당선인을 있게 한 그의 실용주의적 철학은 분명 새 시대에 필요하지만 실용과 실적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지 못하는 게 정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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