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 “더 미루면 엄청난 국정혼란”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 발표 강행 배경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한 국회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는데도 새 정부 각료 인선 발표를 강행하면서 “더 미룰 경우 엄청난 국정 혼란과 공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현행법에 따라 국무위원을 발표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통합민주당의 해양수산부 존치 요구를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 당선인의 결심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전향적인 자세가 없는 이상 협상은 없다는 이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얘기다.

▽국정 공백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현행법에 따르면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가 도달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20일 이내에 국회가 청문회를 끝내지 못할 경우 그 이후에는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역산해 보면 19일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낸다고 해도 3월 10일 이후에나 이명박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25일 취임 이후 최소 보름 동안은 각 부처의 장관이 없는 국정 공백 상태가 불가피하다. 장관 인선 발표를 늦추고 인사청문 요청서를 이에 맞춰 늦게 보낼수록 공백 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무위원이 구성되지 않을 경우 내정된 대통령수석비서관들도 임명이 될 수 없다. 대통령비서실 직제를 개편했는데 직제개편안에 대한 의결·심의권은 국무회의에 있기 때문이다. 국무위원이 임명되지 않으면 국무회의는 구성조차 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내각은 물론 청와대까지 공백이 생기게 된다.

▽정치적 계산?=강행 발표에는 정치적 계산도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당선인은 이날 현행 정부조직에 따라 국무위원을 임명했다. 이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당초 개편안대로 부처 명을 바꿔 발표할 수도 있었지만 ‘국회의 뜻’을 존중해 현행 명칭대로 발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의 축소 당위성과 불가피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당선인의 ‘결단’을 통해 파국을 일단 피하고 동시에 ‘국회 존중’이라는 명분까지 잡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당선인 측 일각에서는 ‘경제를 살리고 싶은데 정부 출범에서부터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사례가 아니냐’ ‘4월 총선에서 과반 승리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알린 기회’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발하는 민주당=이 당선인의 각료 발표 강행에 대해 민주당은 인수위 측과 한나라당에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최종 협상을 앞둔 이날 오후 5시 45분경 인수위 측으로부터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조각 명단을 발표하겠다’는 소식을 접한 손학규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고 최재성 원내 대변인이 전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모여든 취재진에게 “황당하다. 결국 협상의 뜻이 없다는 말 아니냐”며 불쾌해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런 상황에 따로 논평할 가치가 없다”며 공식 의견 표명도 생략했다. 한 의원은 “토끼몰이를 당하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 원내 대변인은 “결국 한나라당이 일방통행을 하겠다는 것으로, 불법 청문회에 들러리 설 수는 없다”며 “협상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이 당선인의 해명과 인수위의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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