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19일 공천심사위원을 발표하고 출마 후보자 접수를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 최고위원회와 박재승 공심위원장 사이에 공천 결정권을 놓고 벌써 이견이 노출되는 등 민주당 공천 과정은 만만찮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공심위 vs 최고위 “최종 권한은 우리에게”=민주당은 이날 외부 인사 7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의 공심위원을 발표했다. 외부 인사는 모두 박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들이다.
외부 인사는 박 위원장을 포함해 김근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박경철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이이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장, 장병화 가락전자 대표이사,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다. 당내 인사로는 옛 대통합민주신당 측 김부겸 이인영 의원, 옛 민주당 측 최인기 최고위원, 김충조 전 의원, 황태연 동국대 교수가 각각 임명됐다.
그러나 공천 결정권과 관련한 논란으로 이날 오전 예정됐던 공심위원 임명장 수여가 연기되는 등 민주당 공천 일정은 첫걸음부터 혼선을 빚었다.
박 위원장은 당초 손학규 대표와 공심위의 독립성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천 심사 결과에 대해 최고위가 ‘재심’을 요구하더라도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합당 이후 옛 민주당 측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의 재심 요구가 있을 경우 공심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고, 박 위원장은 “2분의 1이면 몰라도 3분의 2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옛 민주당 측 최고위원들은 한발 물러서 “공천 심사 결과는 최고위의 심의를 거쳐 공동대표 합의로 결정한다”는 문안을 당규에 넣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신계륜, 김충조 양당 전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공천 세부기준, 후보자 추천과 재심, 비례대표 추천 등에 관한 ‘18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규정’을 만든 뒤 이르면 20일 공심위원 임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첫날 접수처 한산=당내의 개혁 공천 요구도 점차 조직화되는 양상이다. 양기대(경기 광명갑) 전 동아일보 기자, 김재목(경기 안산 상록을)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규의(서울 강서을)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등 신진 정치인 50명은 19일 ‘새 길을 찾는 모임(새길모임)’ 발기인 대회를 열고 ‘공천 혁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철새 정치인과 부패 비리 연루자 등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23일까지 후보 접수를 한 뒤 25일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정체성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도덕성 △당선 가능성 등 5대 공천 기준을 제시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기득권, 계파 안배, 청탁을 배제하는 3무 공천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첫날 민주당 접수처는 한가했다. 오후 6시 마감 시간까지 2명의 후보가 등록을 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후보 등록 공지가 하루 전에 이뤄져 21가지나 되는 각종 서류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탓”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