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면접 2분 “들러리 세우나”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20일 “계파 간 나눠 먹기 공천이 된다면 한나라당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한 발언이 파장을 몰고 오면서 한나라당의 계파 안배 식 공천 실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인 위원장은 “1∼4배수 압축이 진행되고 있는 1차 면접심사에서 거의 대부분의 통과자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에 줄을 대고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1일까지 1차 관문을 통과한 신청자 중 절반 이상이 경선에서 이 당선인이나 박 전 대표를 도운 사람이라는 말이 당내에 무성하다. 일부 ‘들러리 통과자’를 제외하면 양측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 의원은 21일 “우리 측과 박 전 대표 측근들은 자파 신청자들을 공천하기 위해 공천심사위원들까지 함께 움직이며 치밀하게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공심위원 수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박 전 대표 측은 이 당선인 측에 건넨 88명의 명단에 포함돼 있는 신청자들을 최대한 공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경선 당시 조직을 관리했던 라인과 강경파들이 저녁마다 모여 다음 날 면접을 보는 신청자 명단을 작성해 우리 쪽 공심위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청자를 돋보이게 하는 질문 내용까지 사전에 정리해 넘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 측도 몇몇 측근 의원이 주로 전화 등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면서 자파 신청인의 공천에 주력하고 있다. 이 당선인 측 한 의원은 “우리야 공심위에 사람이 많으니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만나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래도 심사과정에서 손발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실 면접 논란도 공정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1173명이나 되는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이 짧은 일정으로 진행되면서 하루에 100명 이상이 면접을 보게 되자 신청자들 사이에서 부실 면접 논란마저 일고 있다.
면접은 7, 8명의 신청자가 한꺼번에 심사장에 들어가 20분 정도 만에 끝나 질문시간을 제외하면 한 명당 고작 1, 2분의 답변 시간만 주어지고 있다는 것. 한 신청자는 “서류심사도 하겠지만 고작 1, 2분 이야기 듣고 자질과 능력을 평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공천 줄 사람을 미리 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면접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