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미안하다”=이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인수위 관계자들에게 “여러분에게 미안하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쉬는 날 쉬지도 못하고 했다”며 “인수위는 전투다. 아주 짧은 시간에 효과를 거둬야 하는 한시적 활동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사생활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부친상을 남모르게 치른 진현환 건설교통부 실무위원, 부친이 위독한데도 문병을 제대로 가지 못한 규제개혁TF 김용진 실무위원, 누나가 암 말기인데도 병문안을 가지 못한 당선인 비서실 일정담당 이상휘 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서는 ‘적절한 휴식’을 병행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앞으로 5년간은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는 것이다. 쉴 때 일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이다. 휴식이라는 것은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허둥지둥 일하는 모습은 국민을 피곤하게 할 수 있다”며 “편안한 자세로 효과적으로 일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져야”=이 당선인은 숭례문 화재, 정부중앙청사 화재 등 잇따른 사고와 관련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고 칭찬받아야 할 사람이 칭찬받아야 한다”며 “전환기에 정권이 바뀌고 지난 10년간과 색깔과 콘텐츠의 차이가 나타나면서 사회가 이완된 모습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빈번한 사고도 사회적 긴장의 이완 때문으로, 어떻게 보면 누적된 불만이 열리면서 노출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미국에서 보니 총기사건으로 초등생이 여러 명 죽는 것을 봤다. 우리 같으면 교육부 장관에서 교장까지 책임질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교사 한 사람이 책임지더라”라며 “책임질 사람만 지는 것 같다. 이것도 선진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여러분은 영원한 새 정부의 인수위원이고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라며 “자기 위치로 돌아가더라도 누구보다 새로운 정권에 대한 애정을 가질 것이고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해단식은 인수위원과 전문 실무위원 등 모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성운 행정실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해단식에서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이명박 당선인에게 국정과제보고서와 규제개혁보고서, 예산절감보고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지난 두 달 간의 활동에 공식적인 종지부를 찍었다.
이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이 자리를 끝으로 50여 일에 걸친 숨가쁜 여정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간다”고 소회를 밝혔다.
▽숨 가쁘게 달려온 두 달=26일 활동을 시작한 인수위는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자문위원들의 고액 컨설팅, 식사 접대 논란 등 ‘잡음’도 있었지만 짧은 기간에 무리 없이 인수인계 작업을 마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열흘간 진행된 각 부처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는 110번의 기관 보고를 들었다.
인수위는 숱한 말의 향연을 낳기도 했다. 이 당선인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eindly·기업친화적)’, ‘전봇대’ 발언은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를 통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말로 이후 규제 철폐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열심히 일한다는 의미가 된 ‘노 홀리데이’와 함께 지난달 30일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 위원장의 ‘오륀지(오렌지)’ 발언도 인구에 회자됐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