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한미관계 복원… ‘대북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 입력 2008년 2월 23일 02시 59분


■ 美 한반도문제 전문가 등 25인의 정책권고

《미국 내 한반도 연구자를 비롯한 전문가 25명은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식 출범이 지난 정권에서 ‘비정상적’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한미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수-진보, 친(親)공화당-친민주당 등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이념적 성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햇볕정책’을 벗어나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 추진, 북한의 핵 포기 및 시장 개방 추진 등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북(對北) 정책이 한미 간 정책조율을 용이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이들은 한미동맹의 유지, 대북 정책,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무역 및 투자 등 5개 분야에 있어서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취해야 할 ‘신(新)한미관계 책략(策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 한미동맹 재조정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강화가 양국의 전략적 이해에 왜 가장 부합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방이 손해를 보는 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가치 기반 위에서 안보위협을 막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한편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상생의 장’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

보고서는 북한이 1990년대 이래 미사일 능력 강화, 휴전선 인근 장사정포 배치, 특수부대(8만∼10만 명) 양성 등을 강행한 것은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한반도 안보의 위협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대처하기 위해 한국은 신형 패트리엇미사일(PAC-3) 체제 도입 및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2012년이라는 시한에 얽매이기보다 한국군의 능력 확보 및 북한의 군사적 위협 수준 평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② 대북 정책 공동접근법 도출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이 조화롭게 협력해 대북 협상에 있어서의 지렛대(leverage)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하고,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까지 가기에는 초라하고 한국을 겨냥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식으로 발언했던 사례의 악영향을 지적한 것.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해 군사적 위기상황에 대한 대비는 물론 자연재해를 통한 경제적 위기나 식량 부족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상황에 대해서도 공동의 대비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 조율의 ‘결과’보다 양국이 협력해 상호 간의 이견을 조율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③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 대응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 들어 사실상 와해된 한국 미국 일본의 3자간 조정체계를 재구축하기 위해 3국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 문제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비핵화의 진전 여부와 인도적 지원 및 경제적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지에 대한 상호 이해가 있어야 정책 추진에서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④ 동북아 안보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

보고서는 “핵문제 해결의 진전을 전제로, 한국과 미국이 대북 협상 진행 과정에서 어떤 형태의 평화선언을 협상 도구로 사용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했을 경우를 가정해 ‘6·25전쟁에 대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시에 서명할 수도 있다’고 했던 ‘카드’를 언제 어떤 경우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

한반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는 한미 간 협력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가 어떤 모습을 띨지’에 대해 합의해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무역 및 투자

전문가들은 한미 간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FTA 비준을 위해서는 첨예한 정치적 문제로 비화된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한국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4월 이명박 신임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고 국회의 비준을 받는다면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을 당당하고 강력하게 요청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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