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침묵… 왜? 언제까지?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2분


■ 취임식 당일까지 반응 없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새 정부에 대한 모종의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총리 또는 장관급 인사가 취임식에 참석하면 최선이고, 적어도 언론을 통한 담화 정도는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북측은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이후 이 대통령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던 북한은 취임식 당일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환경과 남북한 국내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북한의 의도된 침묵은 당분간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북-미관계 진전에 남북관계 도움 안 돼=북한은 대선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북-미관계 개선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당국자들은 26, 27일 평양에서 열리는 뉴욕필 공연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이 대통령에게 공식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국제정치적 요인”이라며 “북한은 북-미관계가 잘될 때에는 남북관계도 함께 진전시켰지만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난항을 겪고 있는 북-미관계의 개선을 꾀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 이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할 때에는 남북관계도 활발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2차 정상회담은 2·13합의 및 10·3합의 등 6자회담의 급진전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남한 새 정부와의 기 싸움=북한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조금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남한 내 진보 진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핵 문제 해결 이전에 새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구사할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6·15공동선언의 실천방안으로서의 10·4선언 이행을 이 대통령에게 암묵적으로 요구했으나 이 대통령은 ‘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합의사항의 선별 이행 방침만 밝혀 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남북통일’과 ‘남북 7000만 국민’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대북정책의 외연을 넓혔지만 구체적인 경제 지원 약속을 바라는 북한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진보 진영 인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새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일종의 ‘기 싸움’에 돌입한 상태다. 새 정부 대북정책 관계자들은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면 답답한 것은 당장 쌀과 비료 지원이 급한 북한”이라고 말해왔다.

▽복잡한 북한 내부 사정=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남 기구인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과 새 대북정책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2008년, 나아가 향후 5년 동안의 대남전략을 수립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등 사정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한 통전부 등 대남 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司正) 작업을 아직 진행하고 있다.

북한 내부 경제 요인도 북한의 침묵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 경제난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시장 메커니즘이 확산돼 당장 남한의 경제적 지원이 늦어지거나 줄어들어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있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남한 정부를 공연히 자극할 경우 인도적 지원조차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사회-복지]“낙오자 없는 세상 만들겠다”
- [경제 살리기]“작은 정부 큰 시장” 기업을 국가 엔진으로
- [대북정책]남북 아울러 “7000만 국민 행복 위해 노력
- [외교]‘자원-기여-문화’ 글로벌 외교 3원칙 제시


▲ 영상취재 :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