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된 화정(化汀) 김병관 동아일보 전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40여 분 동안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2시경 빈소에 도착해 조문을 한 뒤 상주인 김재호 동아일보 부사장에게 "고인은 나를 아주 사랑해주시는 분이었다.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귀빈실로 자리를 옮겨 유족 및 동아일보·고려대 관계자들을 위로하면서 "동아일보의 한 역사가 넘어가고 있다. 큰 그늘이 없어졌지만, 남은 분들이 잘 맡아서 용기백배해 역할을 다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이 인촌 김성수 선생의 조문을, 김영삼 대통령이 일민 김상만 선생의 조문을 한 데 이어 현직 대통령이 3대에 걸쳐 동아일보 가족을 조문하는 기록을 남긴 데 대해 "안 왔더라면 역사가 깨질 뻔했다"며 "(김 전 회장과의 인연이) 오래된 사이"라고 회고했다.
1920년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건국 이후 2대 부통령을 지낸 인촌 선생의 1955년 국민장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해 추도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동아일보가 일제강점기에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당일 호외로 제작해 첫 보도한 사실이 화제에 오르자 "역사적인 특종인데, 그 기록을 다 갖고 있느냐"며 관심을 표한 뒤 "그때야말로 무서웠던 시절이다. 그런 보도를 한 것은 동아일보가 프로기질이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또 "그런 기질 때문에 (동아일보가) 역사를 쌓아온 것이며 그 기질 때문에 이후 어려움도 다 참아낸 것이다"면서 "그게 역사고 전통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동아일보 보도와 사설은 다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동석한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당선 후 이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자 "누가 만든 말도 아니고, 530만 표 차이로 이기니까 그 생각이 딱 왔다"면서 "국민이 없었으면 후보도 안 되고 당선도 안됐을 것이다. 진심에서 나온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5일 17건의 행사를 갖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인 것과 관련해 "외국 손님들이 많이 와서 다 만나고 (관저에) 들어가니 (오후)11시더라"면서 "취임식장에서는 오버를 입지 않았는데 바람이 불어 입이 얼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취임식을 마친 뒤) 거리를 가면서 보니까 동원한 것도 아닌데 (시민들이 축하해주러) 많이들 나오셨더라"면서 "(국민이) 기대가 큰 것 같다. 기대가 크다보니 (동석한 수석비서관들을 가리키며) 전부 겁먹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조문에는 김병국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김중수 경제수석비서관, 박미석 사회정책수석비서관,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수행했다.
비슷한 시간에 빈소를 찾은 고건 전 총리와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도 동석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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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