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인 日국채 투자 수익에
“왜 세금 안냈나” 황당 공격도
27일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황당한 문답과 엉뚱한 상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총선을 앞둔 일부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한 건’ 올리겠다는 마음이 앞선 데다 짧은 인사청문회 일정 때문에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통합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26일 오후 늦게 브리핑을 열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일본 국채에 수십억 원을 투자했고 세금도 안 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 국채에 대한 투자 수익은 원래 비과세 대상이었다. 비과세 상품에 투자하는 것 자체를 세금 탈루 의도와 연계시킨다면 비과세 장기주택마련저축에 가입하는 것도 문제가 되는 황당한 지적이다.
27일 인사청문회장에서는 통합민주당 이광철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국민 정서도 있는데 왜 하필 일본 국채에 투자했느냐”고 질책했다. 그러나 이 말도 뒤집어 보면 엔화 차관도 쓰면 안 된다는 논리와 연결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유 후보자를 치켜세우고 여당인 한나라당이 ‘공격수’로 나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유 후보자가 참여정부 시절 차관을 지낸 것을 들어 야당은 “외교정책의 연속성을 보여준 인사”(이강래 의원), “이명박 내각 중 가장 잘된 인사”(정의용 의원)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참여정부의 한미관계 공과를 묻는 질문에 유 후보자가 답변을 회피하자 “성의 있게 답변하라. 청문회에 왜 나왔나”(김무성 의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한나라당 소속인 권철현 교육위원장이 ‘야당성 발언’을 했다. 권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후보자의 얘기를 다 듣고 나니 교육 정책과 관련해 미흡한 점이 너무나 많다. 또 과학기술 분야 정책이 소홀해지겠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질책했다. 이는 오후에 속개된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거의 다 자리를 비워 통합민주당 의원들의 질문과 답변만 오간 데 따른 것이다.
통합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질의서에서 ‘미등기 분양권 전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분양권을 전매한 것인데 ‘미등기’라는 말을 갖다 붙임으로써 마치 완공된 주택을 등기하지 않고 타인에게 넘긴 듯한 분위기를 강조한 것. 그러나 분양권은 원래 등기가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등기 분양권’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자녀 국적 포기에 대한 질문에 군색한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국적이 왜 미국이냐”는 질문에 대해 김 후보자는 “딸이 (국내 학교에) 수석 입학해 그것을 유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시골에 있는 엄마에게 갈 것인지, 미국에 가서 공부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했는데 딸이 미국을 선택해 국적을 포기하게 됐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청문회장 안팎에서는 공부를 잘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