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 지도부부터…” 출마 압박

  • 입력 2008년 2월 29일 02시 56분


통합민주당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당 지도부의 지역구 출마를 촉구하자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 회의가 박 위원장이 빠진 채 진행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통합민주당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당 지도부의 지역구 출마를 촉구하자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 회의가 박 위원장이 빠진 채 진행되고 있다. 안철민 기자
朴공심위장, 손학규 박상천 정동영 강금실 ‘사즉생’ 결단 촉구

“누가 ‘칼레(Calais)의 시민’을 자처할 것인가.”

통합민주당 지도부는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정치 생명을 걸고 도전하라’고 압박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일침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박 위원장은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역 의원이 대폭 물갈이 되는 상황에서) 당 대표와 그에 준하는 분들이 자기 지역에서 편하게 당선되려고 해선 안 된다”면서 이 말을 꺼냈다.

박 위원장이 언급한 정치인은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칼레의 시민’은 프랑스 북부도시 칼레에 설치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 영국과 프랑스 전쟁 당시 요충지인 이 도시가 포위 상태에서 “6명만 목숨을 내놓으면 주민을 살려 주겠다”는 영국 국왕의 강압에 ‘지도자급 시민’ 6명이 앞장서면서 주민의 목숨을 살린 사실(史實)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 6인은 처형당하기 직전 영국 여왕의 선처 요구로 목숨을 구했고 불멸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박 위원장의 말은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당도 살리고, 스스로도 영웅이 되어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6명은 변호사나 부자였다”고 덧붙였다. ‘시민’에 해당하는 원래 프랑스어 표기는 유산계급을 말하는 ‘부르주아’로, 기득권층이 희생에 앞장섰다는 의미다.

박경철 공천심사위 대변인은 28일 회견에서 “박 위원장의 사견”이라면서도 “이 문제는 공심위 안건으로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천심사의 전권을 손에 쥔 박 위원장의 뜻이 녹록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도부 4인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박상천 공동대표는 이날 난색을 표시했다. 박 대표는 통화에서 “전남 고흥-보성 지역구민과 출마 약속을 했고 선거 3개월 전이라면 몰라도 1개월 전에 갑작스레 서울 출마를 결정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당선 가능성이 웬만큼 있는 서울 지역구는 누군가가 출마 준비를 해 온 곳으로 빼앗는 형식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3인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당 고위 관계자는 “손 대표나 정 전 대선 후보는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하지만 전국구 후보가 결정되는 3월 중순쯤에야 이 문제는 가닥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금실 전 장관 측은 “강 전 장관의 대중적 지지나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점을 고려하면 서울 지역구 출마도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전국 무대를 뛰면서 다른 후보자를 돕는 일도 의미 있는 만큼 충분히 생각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변인은 이날 “비리 전력자를 어떤 기준으로 공천 과정에서 탈락시킬지를 늦어도 29일 중 검토한다”며 “기준이 마련되면 이는 누가 해당되는지 명확히 드러나는 계량적 잣대”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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