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남북문제는 민족문제이자 국제문제”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0분


만세 삼창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만세 삼창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일 한일관계와 관련해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라는) 역사의 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과 일본도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갑시다’라는 제목의 기념사를 통해 “(한일 양국이)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원칙에 따라 4월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양국간 ‘셔틀 외교’ 부활 등 지난 정부에서 다소 소원해진 한일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또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교류하고 더불어 살면서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며 “언제까지나 과거에 발목 잡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 수는 결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남북문제도 배타적 민족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로 봐야 한다”며 “이제는 세계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고 이끌어가는 나라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념의 시대는 갔으며 투쟁과 비타협으로 갈등하는 시대도 이제 끝이 나야 한다”며 “정치와 경제, 외교안보, 노사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실용의 잣대가 적용돼야 하고 새로운 사고와 통찰력으로 국가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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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가 주인공” 대통령이 뒷모습 보이며 시상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실용주의적 격식 파괴’는 3·1절 기념식에서도 이어졌다.

통상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장에서 나오는 “대통령님(또는 대통령님 내외분)께서 입장하십니다”라는 사회자의 안내방송부터 사라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자신을 ‘대통령님’이 아니라 ‘대통령’으로 지칭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국주 광복회장 등과 나란히 입장한 이 대통령 부부 앞에는 꽃장식이 올려진 전용 탁자도 없었다. 관행적으로 단상 맨 앞자리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던 것과 달리 3부 요인 등과 같은 선상에 의자가 배치됐다. 기념사를 읽기 위한 연설대에는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 표장도 사라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3·1절 관련 훈·포장을 수여하면서 수상자가 객석을 바라보도록 하고 자신은 객석에 등이 보이는 방향으로 섰다. 과거와는 정반대. “수상식에서는 상을 받는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에 따른 조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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