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잡음 피하자” 黨-靑 긴밀 조율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0분


청와대가 2일 발표한 3명의 장관급 인선은 최근 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 사태를 겪은 이명박 대통령이 ‘매끄럽지 못했던 출발’을 시인한 뒤 내놓은 첫 번째 ‘피드백 인선’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이 대체로 성별 지역별 안배 등의 모양 갖추기에 연연하다가 각종 의혹이 제기돼 역풍을 맞은 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각료 인선 초기부터 해당 부처 등의 수장으로 깊이 있게 검토돼 온 전문가들을 기용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청와대는 이번 인선에 앞서 ‘청와대 중심의 일방적 인사’라는 한나라당 일각의 비판을 수용해 당 지도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김하중 통일부, 이만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각각 ‘외교부 내 명실상부한 중국 전문가’, ‘환경부 차관 재직 시 뛰어난 현안조정 능력 발휘’라는 경력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한 방송 통신 분야의 합리적 이해조정 능력’을 고려했음을 강조했다.

당초 ‘여성 케이스’로 분류됐던 환경부 장관에 이만의 전 환경부 차관을 기용한 것도 ‘안배’보다는 ‘검증된 능력’을 중시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강원 원주, 이 후보자가 전남 담양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 안배는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김하중 주중국 대사를 통일부 장관에 내정한 것은 새 정부가 지나치게 ‘(한미) 동맹파’를 많이 쓰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해 중국 측의 소외감을 배려하고 ‘4강 외교’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주일본 대사를 지냈고, 김병국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대표적인 미국통”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인선의 하이라이트는 언론계와 여론조사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쌓고 이 대통령에 대해 광범위한 자문 역할을 해 온 최시중 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을 일각의 ‘측근 편중 인사’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원장에 발탁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언론 및 통신 전반에 대한 지식과 정무적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자신의 ‘복심(腹心)’이랄 수 있는 최 전 회장을 오래전에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국무위원이 아니면서도 방송통신위원회법상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돼 있는 최 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 ‘코드 인사’ ‘방송 장악 의도’ 등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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