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유지는커녕 평가에 밀리지나 않을지” 불안 커져
한지붕 옛 재경부-예산처 ‘통합주체’ 놓고 묘한 신경전
■ 초과현원 인사지침에 관가 술렁
행정안전부에 통합된 중앙인사위원회로부터 지난달 29일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인사업무 처리 지침’을 받은 각 부처는 조직 개편 후 발생한 100∼600여 명의 초과현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부처는 우선 명예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계획이지만 초과현원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조직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원들은 본인이 초과현원에 해당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기획재정부는 두 부서의 기존 인원을 그대로 합치면 1049명이지만 정부 기능이 조정되면서 909명으로 정원이 정해져 140명의 초과현원이 발생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초과현원 대상자 선정 작업은 발령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인데 발령은 모든 직급에 대해 동시에 내지 않고 고위직부터 하위직 순으로 순차적으로 낼 예정이다. 이번 주 내에 인사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 직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재경부와 예산처가 서로 자신들이 통합주체라고 주장하고 있어 각종 인력운영과 관련된 기준을 적용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인사가 통합될 경우 국장 및 과장 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부 고속 승진한 공무원은 현재 갖고 있는 보직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예산처는 재경부에 비해 승진 속도가 빨라 과장 중 상당수가 과장 자리를 내놓고 과의 총괄 서기관 자리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처 출신의 한 과장은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한 분위기여서 과장 자리를 내놓는 것 자체는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며 “평가에 밀려 초과인력으로 분류되지나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의 해운물류, 해양정책 기능이 합쳐진 국토해양부 직원들은 고위공무원 인사 방향을 숨죽이며 기다리는 분위기다.
국토해양부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기존 6400명에서 5800명 수준으로 600명 정도를 줄여야 해 초과현원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
국토해양부의 한 간부는 “이번 인사에서 보직을 받을지, 아니면 집으로 가야 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겉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다들 비슷한 심정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당초에는 건교부에 통합되는 해양부의 조직과 인원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청와대의 ‘피통합부처 배려 방침’에 따라 최근에는 과거 건교부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식경제부=종전 산업자원부를 주축으로 재정경제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합쳐 확대 재편된 지식경제부는 조직 개편에 따른 보직 문제로 어수선하다.
기존 산자부 정원 1122명에 타부처 인원 220명을 받았지만 지식경제부 정원은 1200명만 인정돼 100여 명의 초과현원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정년퇴직이 가까운 인력을 대상으로 우선 명예퇴직을 받고, 남는 인력은 규제개혁반 등 특별조직에 배치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보직 배치가 끝나기 전에는 살얼음을 걷는 심정”이라며 “보직을 못 받아 초과현원이 되어 외곽조직으로 도는 것이 내가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작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승진 인사가 지연되면서 국장 진급을 눈앞에 뒀던 고참 과장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장 선배들이 보직을 못 받는 상황에서 인사 지연을 드러내놓고 말하기조차 힘들어한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기타=농림부와 해양부의 일부 기능을 합친 농림수산식품부는 농림부 정원 554명에 해양부에서 넘어오는 인력 201명을 합산한 755명에서 76명이 준 679명만 정원으로 받았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외청장 인사가 발표돼야 1급 이하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부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면서 “업무는 업무대로, 내 장래는 장래대로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 담당인 우형식 1차관이 국장급에서 바로 차관으로 발탁되면서 인사 태풍에 휩싸여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기부의 통폐합으로 197명을 줄여야 하는데 특히 고위직 중 우 차관보다 행정고시 선임인 20∼22회는 퇴진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현재 1급 4명 중 2명은 이미 사표를 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주에 국·과장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데 과장급 이상 간부 자리가 줄어 대기발령 또는 다른 부처로 강등 전출되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여유 인력을 일단 2차관 산하의 임시 기구인 ‘대학자율화추진단’으로 발령 낼 예정이어서 이 ‘점(点)조직’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뛰고 있다.
한 간부는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서 과기부보다 교육부가 집중 타깃이 됐다”며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을 직업 공무원들이 다 뒤집어쓰게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초과현원이 17명 발생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공정위는 원래 정원이 503명이나, 기획재정부로 새로 출범한 재경부에서 소비자정책 업무 담당 직원 7명을 받았고, 493명으로 정원을 맞춰야 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따로 초과현원 관리 대책반을 운영하지 않고 자체 인사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적격성-본인 희망’ 모호한 재배치 기준▼
계량화된 인사자료 반영 여부 불분명
“행자부 인수위 보고안보다 후퇴” 지적
중앙인사위원회가 지난달 말 각 부처에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인사업무 처리 지침’을 내려 △명예·자진퇴직 △전직 △재배치 등의 방법으로 초과현원을 해소하라고 지시했지만 그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각 부처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각 부처에서는 조직 개편에 따라 발생한 초과현원의 전체 규모가 나오고 있지만 누가 그 대상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방향 제시가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각 부처의 임용권자가 업무관리 능력 등 적격성을 파악해 자체적으로 초과현원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초과현원 대상을 선정할 때 기준이 유동적이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원래 계량화된 평가지표인 반기마다 실시하는 인사평가 자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중복 부서 인력을 우선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부에 많다”고 말했다.
초과현원을 어떻게 각 부처에 재배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행안부는 지침에서 희망자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을 한 뒤 전입 예정 부처가 면접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행안부 장관이 ‘인사교류심의위원회’를 거쳐 부처별 재배치 대상자를 확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선정 기준으로 경력, 전문성 등 적격성과 본인의 희망이라고만 적어 기준이 모호하다는 평가다.
각 부처가 통합될 경우 승진 대상자의 점수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행안부 지침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위는 이번 지침에서 ‘조직개편에 따라 신설되거나 기능이 변경되는 부처의 경우 자체 성과관리 운영지침을 마련하며 근무성적평가, 경력평정, 가점평정 점수는 새로 정한 기준에 따라 반영비율에 맞춰 환산한다’고 했다.
또 ‘가점평정의 경우 이전 기관에서 가점을 받았더라도 새로운 근무기관에서 지정한 가점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가점을 부여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무엇인지, 어떻게 자체 성과관리 운영지침을 마련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한 정부 관계자는 “승진 점수를 매기는 기준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중 한쪽을 따라야 할지, 새로 어떤 기준을 마련해야 할지 모호한 형편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인사위가 내려 보낸 지침은 올해 1월 당시 행정자치부 정부기능·조직개편 추진단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정부 조직개편 관련 직제·하부조직 개편기준’ 내 ‘정원 초과인력 운영방안 수립’보다 오히려 내용이 후퇴했다는 평가도 있다.
행자부의 인수위 보고안에 따르면 부칙으로 초과되는 정원에 대해 조치를 규정하도록 명시했다. 예를 들어 부칙에 ‘초과된 정원 중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몇 명의 경우 정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본다’고 명시해 그 이외에 초과 정원을 둘 수 없도록 못 박겠다는 것.
초과현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안으로 △일반직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해소될 때까지 초과현원 인정 △계약직은 계약기간 동안은 과원을 인정하되 계약 완료 시 해지 △별정직은 기존 업무 마무리와 신분 전환 필요기간을 인정해 6개월의 기간을 준 뒤 해지 등을 명시한 바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