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명박인데요…” MB폰 터진다

李대통령, 기업인들과 ‘휴대전화 핫라인’ 추진

재계 “약속 실천 환영… 원활한 의사소통 기대”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직접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방안이 청와대에서 검토되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일명 ‘MB(이명박 대통령의 이니셜)폰’이 화제가 되고 있다.

‘MB폰’은 이 대통령과 언제든지 직접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일컫는 말이다.

청와대는 5일 기업인들을 상대로 MB폰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이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채널을 가동하겠다는 뜻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사용했던 기존의 휴대전화 번호를 기업인들에게 좀 더 널리 알려 사용할지, 아니면 대통령에게 새롭게 지급된 휴대전화를 사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평소에는 수행비서에게 휴대전화를 맡겨 전화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고, 업무시간 뒤에는 자신이 직접 휴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대선 직후 기업인을 만나 ‘언제든지 전화해도 좋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며 약속을 실천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로 국민에게 다가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대통령과 기업인의 원활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으로 기업 애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유달리 휴대전화를 즐겨 사용했다. 대뜸 전화를 걸어 “나 이명박인데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하면 처음 전화를 받는 상대방은 당황하기 일쑤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각료 인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비서관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입력된 별도의 휴대전화를 마련해 수시로 단축다이얼을 이용해 직접 비서관들과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MB폰과 흡사한 전화가 한때 유행했다. 고(故)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 총리는 재임시절 일명 ‘오부치폰’으로 취임 초기 25%의 지지율을 50%까지 끌어올리며 ‘서민형 정치가’로 기록됐다. ‘오부치폰’은 오부치 전 총리가 틈틈이 각계각층 인사에게 ‘깜짝 전화’를 걸어 격려를 하면서 생겨난 이름이다. 오부치 전 총리는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다이얼을 눌러 “여보세요, 오부치입니다”라고 말해 전화 받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