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물갈이보다 경쟁력 우선 고려 요청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 공천이 ‘계파 나눠 먹기’ 식으로 비치는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당내 공천심사위원과의 통화에서 당 공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걱정하며 ‘계파별 공천’을 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 강남벨트 등 전략지역 공천에 대한 의견도 구체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주문은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합민주당이 박재승 공심위원장의 ‘강한 개혁 드라이브’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데 비해 한나라당 공천은 계파 싸움으로 국민에게 비치는 데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개혁공천’을 강조했다는 것.
한 측근은 “개혁공천을 통해 과반수를 확보하려는 대통령의 목표가 확고하다”며 “공심위가 어떤 결정을 하든 친이-친박의 계파 나눠 먹기로 국민에게 비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무조건적 물갈이보다는 계파를 뛰어넘어 경쟁력 있는 인사를 많이 공천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달 만에 치른 1988년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되는 바람에 ‘물태우’란 말을 들었다”며 “이 대통령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우려 표명이 계파 공천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에 대한 견제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경기 인천지역 공천 발표에서 이 측근의 계파로 알려진 친이명박계 인사가 예상외로 많이 탈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4일 최근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측근 정두언 의원을 청와대로 부른 것도 공천에 관해 새로운 의견을 듣고 자신의 견해를 정리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의원에게 “총선에 대한 콘셉트를 정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탈여의도’를 표방하고 5년 동안 국정 운영이 우선인 대통령과 총선 후 당권 장악을 생각하는 의원들은 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 대통령은 이 간극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