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법무부와 검찰이 제시한 인사안을 놓고 각종 변수들을 막판까지 저울질 한 뒤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제단 폭로' 정면 대응=청와대는 사제단의 추가 폭로가 검찰 인사에 미칠 파장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했으나 청와대는 정면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법무부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사제단의 폭로 때 삼성그룹의 관리대상으로 지목됐던 이귀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사제단의 추가 폭로 대상자로 거론됐던 인사들도 검찰 내 핵심 보직에 임명됐다.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출범하기 직전 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을 맡아 사제단 측으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은 박한철 울산지검장이 검찰 내 '빅4' 중 한 곳인 대검 공안부장에 발탁된 것이 눈에 띈다.
▽대구·경북(TK)의 약진과 호남 배려=올해 검사장 승진자 중 김경한 법무부장관과 동문인 경북고 출신은 3명이다. 경북고는 지난해도 검사장 승진자 2명을 배출했다. 검사장급 이상 53명 중에도 경북고 출신은 9명으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장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인사"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이 반영된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 내 '빅4'는 서울중앙지검장(호남) 법무부 검찰국장(수도권) 대검 중수부장(대구·경북) 대검 공안부장(부산경남) 등으로 지역 안배가 이뤄졌다. 기존에는 '빅4'를 모두 호남 출신 인사들이 차지했다.
박영수 서울고검장과 명 검사장이 유임되고, 고검장급 9명 중 5명을 호남 출신으로 채우는 등 호남 배려도 엿보인다.
이번 인사로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검사장급 이상 53명의 출신 지역은 서울과 호남, 대구·경북 11명씩, 부산·경남 10명, 충청과 경기 4명씩이다.
검사장 승진자의 출신대학은 서울대 6명, 성균관대 2명, 고려대 연세대 충남대 1명씩이다.
▽정권 교체 따라 희비 엇갈려=과거 정권에서 푸대접을 받았던 공안통 검사들이 재등장한 것도 특징이다.
사시 23회 중 선두 주자로 꼽히다 2005년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 때 구속 의견을 제시했던 황교안 법무부정책기획단장은 3수 끝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공안통'으로 불리던 노환균(24회) 부산지검 1차장도 '요직'인 울산지검장으로 옮겼다.
반면 한나라당과 악연이 있는 검찰 간부들은 모두 좌천됐다. 2002년 김대업 씨가 폭로한 병역비리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던 박영관(23회) 전주지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갔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검 공안2과장을 지내며 선거 사범을 특정 정치권에게 유리하게 편파 처리했다는 지적을 정치권에서 받아온 박철준(23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한직'인 대전고검 차장으로 발령 났다. 박 차장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명박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에서 무죄가 났다.
1999년 세풍(稅風) 사건을 지휘하고, 2000년 병역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승구 동부지검장은 인사 직전 사표를 냈다.
박 차장과 이상도(22회) 법무부 보호국장도 인사발표 직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하고 1,2명이 추가로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이종식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