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부산을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부산의 경쟁 상대는 홍콩,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같은 글로벌 도시”라며 “부산은 글로벌 도시가 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지원만 해 준다면, 시장에게 한껏 부산을 발전시킬 수 있는 권한만 준다면 부산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부산시청에서 허 시장을 만난 기자가 “직(職)을 걸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짐짓 물었다. 그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했다.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모두 항만을 지닌 도시입니다. 부산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장이 아무리 주장해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대 정부가 지방분권을 강조했지만 이뤄진 게 뭐가 있습니까. 균형발전이 크게 됐습니까.”》
대담=김순덕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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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어떤 경쟁력이 있기에 새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가.
“글로벌 도시들은 대개 항만을 끼고 있다. 부산엔 세계 어느 도시보다 입지 여건이 좋은 항만이 있고 규모면에서도 경남 마산 창원, 울산 등과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중국 항만이 급성장하면서 부산항이 위협을 받는 실정이다. 부산항이 동북아의 중심항만 자리를 놓치지 않고 커 나가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부산만 살찌겠다는 것이 아니다. 부산 발전의 혜택은 전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항만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배후에 물류·산업단지가 있고 수송망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야 항만이 중심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시는 부산신항 배후 지역인 낙동강 하류 강서지역에 50km²(약 1500만 평)에 이르는 국제복합운송물류단지와 첨단부품소재 산업단지, 국제 비즈니스 도시를 조성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건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가능하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풀어줄 수 있는 일이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도 부산이 APEC만 개최하면 ‘21세기 글로벌 해양 수도’가 돼 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APEC만으로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부산은 APEC를 계기로 대규모 국제회의 진행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국제회의를 꾸준히 열면서 지역 기업의 글로벌화에 힘쓰고 있다. 근본적으로 부산 경제의 활로는 산업용지 확보에 달렸다. 부산에 오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서 있는데도 용지가 부족해 해외로 보내는 실정이다. 기업도 살아야 하니 붙잡을 수가 없다. 강서지역은 산업·물류단지로서의 지리적인 이점이 수도권보다 더 뛰어난 곳이다. 가장 경쟁력 있는 곳에 첨단 산업·물류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다.”
―그린벨트만 해제돼 인프라를 갖추면 글로벌 부산이 가능한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미 제반 여건은 상당 부분 갖춰졌고, 시는 복합처리 일괄처리 등 행정적으로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경제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핵심 인력도 해양 항만 수산 등 특화된 인재가 많다. 국립대가 3개 있는 도시는 부산뿐이다. 인프라만 뒷받침된다면 천혜의 지정적인 요건이 있고 수요도 뒷받침되기 때문에 부산은 글로벌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10년 뒤 부산은 뭘 먹고 살 것인가.
“항만도 중요하지만 대도시가 하나의 특정한 모습만 가지고는 무한히 발전하기 쉽지 않다. 먼저 동북아의 항만 물류도시로 1차 발전하고, 동시에 한국의 동남권 경제중심도시로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경관과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려 세계적인 관광 컨벤션 사업 분야까지 함께 해 나가야 한다. 이 세 가지 목표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부산이 천혜의 관광지역이라지만 며칠씩 머물며 돈을 쓰기는 쉽지 않다.
“사실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한 해안경관이 가장 큰 강점인데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시는 해운대구와 기장군에 이르는 360만 m²의 해변 지역에 테마파크, 엔터테인먼트 몰, 골프장이 들어서는 세계적 관광 클러스터인 ‘동부산 관광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또 기존 북항을 개발해 연안부두에서 제4부두까지 150만 m²에 첨단 비즈니스와 문화관광, 시민휴식 기능을 두루 갖춘 워터프런트를 만들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자면 KTX 부산역∼부산진역 구간을 지하화해 상부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다 국민 세금이 들어갈 일인데….
“정부 규제만 없다면, 부산시장이 부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부산의 역량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하나 할 수 있는 힘이 시장에게 없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외국인 카지노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시설을 갖췄는데도 탈락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정부와 협의하고 인허가 절차에 3, 4년씩 걸리고, 그러다 보면 결국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규제만 풀어준다면 부산은 수도권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능력이 정말 있는가.
“지난해 부산의 경제지표를 보면 안다. 전국 평균 성장속도보다 높다. 지난해 7대 도시 평균 산업생산지수가 121.6인데 부산은 141.1로 앞선다. 2006년 128.1에서 급성장한 수치다. 1년 사이 성장률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중소기업 조업률도 전국 평균이 82.3%인데 부산은 85.8%나 된다.”
―2020 하계올림픽 유치를 준비한다는데….
“2020 부산하계올림픽은 선진화를 위한 국민 통합의 기회이자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울산, 경남 마산 창원 등에 경기장이 많아 별도로 경기장을 지을 필요도 없다. 문제는 강원 평창군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동계든 하계든 3번 연속으로 도전한 도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계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 이어 2016년은 미국 개최가 예상되므로 2020년엔 아시아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국민이 부산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
―정부에 정말 하고 싶은 말 한 가지만 꼽는다면….
“부산을 단순히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 중 하나로 생각해선 안 된다. 부산은 제2도시에 그칠 게 아니라 글로벌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이 이뤄지고 국가 전체의 미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은 전부 서울에 모여 있다. 수도권으로만 집중돼선 안 된다는 데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부산을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달라. 그것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
정리=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허남식 시장은
△경남 의령 출생(59세)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 경성대 행정학 박사 △부산 영도구청장(1994∼1995년) △부산시 지역경제국장 및 내무국장(1995∼1999년) △부산시 기획관리실장(2000∼2003년) △부산시 정무부시장(2003∼2004년) △부산시장(2004년∼)
▼“작년 접수된 기업애로 131건 중 103건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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