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1일 발표한 ‘2007 인권상황 실태보고서’에서 북한을 세계 10대 인권 위반국 중 하나로 선정했다.
국무부는 매년 세계 190여 개국의 인권 실태를 담는 보고서에서 2005, 2006년 연속으로 최악의 인권 위반국으로 오른 중국을 제외하는 대신 수단과 시리아, 우즈베키스탄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외에도 이란, 미얀마, 짐바브웨, 쿠바, 벨로루시, 에리트레아가 10대 인권 위반국에 더들어갔다.
이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절대권력하에 있는 독재정권”이라며 “심각한 인권침해를 지속적으로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절대 독재권력이 주민의 일상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는 억압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전기고문, 즉결처형 등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제수용소에서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강요당하고 산모가 보는 앞에서 영아를 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예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비정부기구(NGO)를 인용해 지난해 10월 평안남도의 한 공장장이 공장 지하에 설치된 전화로 국제전화를 걸었다는 이유로 공설운동장에서 15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을 당했다고 전했다.
또 이 보고서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와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했다 돌아간 응원단원 21명이 남한 체제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발언했다는 이유로 함경남도 단천시 검덕지구의 대흥감호소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이들 ‘미녀 응원단’은 남측에서 김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거리에 걸려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장군님 사진을 비 맞게 하다니…”라며 눈물을 흘린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이 이번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민주주의·인권·노동국에 e메일을 보내 일부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북핵 6자회담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동아태국이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억압 정권’ 등의 표현은 보고서에서 빠지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6자회담을 의식해 북한 인권문제를 눈감아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