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10>이완구 충남지사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0분


이완구 충남지사가 지난해 10월 계룡시에서 열린 계룡군문화축제 개막식에서 국방의 산업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 충남도
이완구 충남지사가 지난해 10월 계룡시에서 열린 계룡군문화축제 개막식에서 국방의 산업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 충남도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10일 인터뷰를 위해 도청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바다의 방제작업은 상당히 진척됐지만 갯벌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어 생태계 복원에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 기름 유출이라는 대재앙이 발생한 지 15일로 꼭 100일이 된다. 지금까지 그가 겪어 온 고통이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배어 있는 듯했다. 그는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 생태계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하고 피해 보상도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최고경영자(CEO)형 리더’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외자 유치 실적 1위,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 1위, 무역수지 흑자 1위….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충남경제 살리기’에 대해 그는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그는 “충남을 ‘기업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며 “임기가 끝나는 2010년까지 1인당 소득 3만 달러, 일자리 30만 개 창출, 외국인 투자 50억 달러 유치, 기업 2000개 유치라는 목표를 달성해 충남을 전국 3위의 경제권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담=최영묵 통합뉴스센터장·부국장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최대 관건은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바다의 방제작업은 거의 완료됐지만 갯벌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기름이 갯벌 깊숙이 파고들어 생태계를 완전 복원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갯벌의 시료를 채취해 미국에 보냈다. 박테리아를 번식시켜 기름을 없애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다행히 적극적인 복구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피해보상 문제로 피해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은데….

“피해보상 문제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삼성, 국제기구 등이 복잡한 함수관계로 얽혀 있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서 보상할 수 있다는 금액이 3000억 원이다, 4000억 원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아직은 추정치다. 피해조사나 보상 청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갯벌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국제기구 보상금 이상의 금액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그 부분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에 중과실이 있다고 밝혀질 경우에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태안 자원봉사 인원이 77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대한민국의 저력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선진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태안을 자원봉사의 메카로 삼아 정신운동으로 승화시킬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 태안에 ‘승리기념관’을 짓고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 이름을 모두 새겨 넣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충남도의 투자 유치 실적이 눈에 띈다.

“2006년 취임 이후 지난해 말까지 국내외 기업 등에서 39억5100만 달러(약 3조9000억 원)를 유치했다. 이 중 26억 달러(약 2조4000억 원)가 외국인이 투자한 것이다. 일본 소니의 디스플레이 공장 등 1004개의 기업이 충남에 투자했다. GRDP 성장률도 9.3%로 선두다. 지금 충남은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비결이 뭔가.

“충남은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초 16명으로 투자유치담당관실을 확대 개편해 투자 기획에서 기업 유치 실무까지 전담시켰다. 수도권에서 3년 이상 가동한 종업원 300명 이상의 기업이 충남으로 이전해 올 경우 공장 용지 비용의 절반을 보조하는 조례도 만들었다. 물론 도지사가 선봉에 나선다. 통역 없이 외국 기업 투자단과 만나 화끈한 지원을 약속해 투자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투자자에게 감동을 줘야 이길 수 있다. 기업유치팀의 어학 능력 향상을 위해 매년 12명씩 해외 연수도 시키고 있다.”

―충남이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황해경제자유구역에는 경기 평택시와 화성시, 충남 아산시와 당진군, 서산시가 포함돼 있다. 2025년까지 이곳에 첨단산업단지와 국제물류, 관광, 연구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을 중동의 두바이처럼 ‘명품 경제구역’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충남은 6만7000개의 일자리와 4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로 충남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소극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도권보다는 충남의 경쟁력이 우월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미 당진군과 서산시 등에 철강,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이미 경기도보다 경쟁력이 높다. 수도권 기업들이 왜 충남으로 몰려오겠는가.”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는데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서 수도권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지는 않겠다. 충남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 수도권과 승부하겠다. 한 번 붙어 보자. 장기적으로 충남의 경쟁력이 높다고 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기업 규제에 대한 대책을 건의했다는데….

“지난해 8월부터 규제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례를 조사한 자료를 올해 초 인수위에 보고했다. 인수위의 요청으로 에쓰오일이 서산시 대산산업단지에 4조8000억 원을 투자하려다 보류한 사례를 중심으로 직접 강의도 했다. 허가를 신청해 공장을 가동하는 데 통상 3년 이상 걸린다. 아산시 탕정면의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은 4년 6개월이 걸렸다. 33년간 공직생활을 하고도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지 몰랐다. 정부와 지자체가 유사 중복기능을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특히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 중앙부처가 ‘있는 권한’ ‘없는 권한’ 다 틀어쥐고 놓지 않는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변해야 나라가 산다.”

―도 내부적으로도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가 있다.

“서북부와 서남부 간의 불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임 후 균형발전특별회계를 편성해 8개 시군에 매년 6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별로 육성할 산업을 지정해 금산군은 인삼 산업에 80억 원, 부여군 공주시의 백제문화 개발에 140억 원, 서천군의 서해안 관광벨트 조성에 80억 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백제문화권을 상품화하는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그동안 백제 관련 문화제에 고작 7억 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돼 동네축제 수준으로 진행돼 왔다. 올해는 지역별 행사를 통합하고 80억 원을 들여 대규모 행사로 탈바꿈시켰다. 또 롯데그룹으로부터 백제문화를 재현하는 관광단지를 만드는 사업에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정리·대전=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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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10>이완구 충남지사

● 이완구 지사는

△충남 홍성 출생(58세)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주립대 행정학 석사, 단국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제15회) 합격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내무영사(1986∼1989년) △충북, 충남지방경찰청장(치안감·1993∼1995년) △제15, 16대 국회의원(1996∼2004년) △자유민주연합 대변인(1998∼1999년) △자유민주연합 원내총무(2001∼2002년) △충남지사(2006년∼)

▼“계룡-논산 ‘국방산업단지’ 새 성장동력으로”▼

충남이 ‘국방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도는 지난해 말 성공한 국방대 유치를 계기로 계룡시와 논산시 일원을 ‘국방과학복합산업단지(클러스터)’로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이 지역 150만 m²에 국방산업과 비즈니스, 연구개발(R&D), 물류 기능을 갖춘 국방산업단지를 조성해 국가와 지역의 신성장 동력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

충남도는 이 지역에 이미 관련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어 여건은 충분히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계룡시에 육해공군 3군 본부가, 논산시에는 육군훈련소(연무대)와 육군항공학교가 들어서 있으며 2012년까지 국방대가 논산시로 이전한다.

또 인근 대전의 대덕연구단지 일원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육해공군 3군대학(자운대), 국군간호사관학교, 항공우주연구소가 있으며 지난해에는 육군 군수사령부가 부산에서 이전해 오면서 군수 관련 벤처기업 등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국방과 관련한 행정, 교육, 연구, 훈련 기관이 망라돼 있는 셈이다.

충남도는 2011년부터 방위산업 전시회를 겸한 ‘세계군(軍)문화엑스포’를 치를 계획이다. 2007년부터 열어 온 계룡군문화축제를 국가 주도의 대규모 축제로 발전시킨다는 것.

이완구 충남지사는 “국방과학산업클러스터는 관련 기관이 밀집한 충남에서만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방대가 계획보다 일찍 논산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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