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친노(親盧·친노무현) 인사인 김형주 의원은 서울 광진을에서 옛 민주당 출신인 추미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빼앗겼고, 여성장군 출신인 양승숙 한전 감사는 안희정 씨와 이인제 의원의 예기치 않은 낙마로 공천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현역 교체율 10%=‘공천 개혁’을 천명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날 공천에서도 잦은 탈당 전력이 문제가 된 이인제 의원을 포함해 현역 의원 6명을 탈락시키며 주목을 끌었다.
이번에 공천을 받은 48명 중 현역 의원은 34명이며 이 가운데 옛 민주당계는 2명이고 나머지 32명은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서울에서는 중랑을에 김덕규, 도봉갑에 김근태, 도봉을에 유인태 의원, 경기에서는 부천 오정에 원혜영, 안산 단원갑에 천정배, 안양 동안갑에 이석현 의원, 대전에서는 대덕에 김원웅 의원, 전북에서는 진안-무주-장수-임실에 정세균 의원, 남원-순창에 이강래 의원 등 중진 현역 의원들이 대거 낙점을 받았다.
이에 앞서 공심위는 이날 새벽에도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3선의 정동채 의원 등 호남권 현역 의원 9명을 쳐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정 의원은 ‘바다이야기’ 사태의 주무 장관을 지냈다는 인책론이 작용했으며 다른 의원들은 의정활동 점수가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심위가 당초 공언했던 ‘현역 의원 30% 교체’ 목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탈락한 현역 의원은 모두 15명으로 민주당 전체 의원 141명의 10%에 불과하다. 특히 30% 이상을 쳐내기로 한 호남권 현역 의원은 지금까지 9명(29%)이 탈락하는 데 그쳤다.
공심위는 경선이나 3차 압축을 통해 현역 의원이 추가로 탈락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공심위가 ‘공천 개혁’을 위해 능동적으로 탈락시키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
▽‘공천 편향성’ 논란도=민주당은 호남 지역을 구조조정의 타깃으로 삼고 있으나 탈락한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마저 불거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탈락한 호남 지역 현역 의원 9명 가운데 옛 민주당 출신과 열린우리당 출신은 각각 4명과 5명으로 상대적으로 옛 민주당계가 피해를 많이 봤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공천이 확정된 이광재(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의원은 2002년 대선 직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인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에게서 1억 원을 받아 벌금 3000만 원이 확정됐다. 비록 벌금형에 그쳐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자는 공천 심사에서 제외한다’는 기준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교흥(인천 서-강화갑)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비방하는 신문광고를 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의 A 의원은 ‘막말의 대명사’로 치부될 정도였는데 어떤 이유로 공천이 됐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재승 공심위원장은 앞서 국회의원을 품격을 강조하며 “막말하는 의원은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탈락한 호남 지역 의원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이광철(전주 완산을) 의원은 “전북 의원 중 의정활동 성적이 최상위권인데 (탈락하다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상열(목포) 의원은 “전혀 예측을 못해 당혹스럽다. 내용을 파악한 뒤 수긍하기 어려우면 이의 신청이나 재심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정동채(광주 서을) 의원은 “공심위 결정에 승복한다”며 유일하게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다음 주면 대부분 후보 드러날 듯=이날 발표된 48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대부분은 3차 압축심사 대상, 경선 지역 혹은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됐다.
3차 압축심사는 현역 의원이 배제된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지역은 2명의 후보를 놓고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하거나 전략공천을 통해 후보자를 결정한다.
한편 수도권 출마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강금실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출마가 유력하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최고위원이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에 나서는 게 좋겠다는 내부 의견이 많다”며 “비례대표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통합민주당 2차 공천 확정자 | |
서울(16) | 민병두(동대문을), 김덕규(중랑을), 김근태(도봉갑), 유인태(도봉을), 우상호(서대문갑),김영주(영등포갑), 유기홍(관악갑), 최규식(강북을), 노웅래(마포갑), 정청래(마포을),이제학(양천갑), 노현송(강서을), 이목희(금천), 김성순(송파병), 최재천(성동갑),추미애(광진을) |
인천(1) | 김교흥(서-강화갑) |
경기(13) | 원혜영(부천 오정), 천정배(안산 단원갑), 최성(고양 덕양을), 박기춘(남양주을), 조정식(시흥을), 윤후덕(파주), 이석현(안양 동안갑), 백재현(광명갑), 김부겸(군포), 소병훈(광주), 이찬열(수원 장안), 김문환(이천-여주), 장봉익(양평-가평) |
대전(4) | 정병옥(유성), 김원웅(대덕), 류배근(중구), 박범계(서구을) |
강원(2) | 이용삼(철원-화천-양구-인제), 이광재(태백-영월-평창-정선) |
충북(1) | 오제세(청주 흥덕갑) |
충남(1) | 양승숙(논산-계룡-금산) |
제주(2) | 강창일(제주갑), 김재윤(서귀포) |
전북(2) | 이강래(남원-순창), 정세균(진안-무주-장수-임실) |
전남(6) | 김성곤(여수갑), 주승용(여수을), 최인기(나주-화순), 우윤근(광양), 유선호(장흥-강진-영암), 이낙연(함평-영광-장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