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지사는 도정 목표로 ‘경제특별도-잘사는 충북, 행복한 도민’을 내걸었다. 액션플랜으로는 투자유치, 교육, 관광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충북의 별명인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는 데도 이의를 달았다. 이 말이 충북의 이미지를 너무 정적으로 만들었다는 게 그의 평소 생각이다. 그는 “이제는 충북의 이미지를 동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지사 2년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어떨까. “도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남은 2년 동안에 반드시 지키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반드시’라는 말에서 자신감이 배어났다.》
―‘경제특별도’의 비전은 뭔가.
“2010년까지의 희망과 비전을 ‘충북 어젠다 2010’으로 발표했다. 1년 해보니 실적이 좋아서 ‘충북 어젠다 2010+’라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충북이 전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3%에서 4%대로 진입시키자는 것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만3000달러로 만들고, 도민의 행복지수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
―액션플랜은 있나.
“4대 전략,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4대 전략은 바이(Buy) 충북 프로젝트, 충북 뉴딜, 균형발전, 삶의 질 향상이다. 10대 과제 중에는 국내외 투자유치, 음성 혁신도시 및 충주 기업도시 등의 건설, 한국관광총회, 바이오 코리아 2008 오송(Bio Korea 2008 OSONG), 차이나 월드 프로젝트,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개최 준비 등이 있다.”
―성과는 어떤가.
“다행히 민선 4기 출범(2006년 7월) 이후 도내로 온 업체가 1067곳이나 된다. 2월 말까지 13조5699억 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도정 사상 처음이고, 전국 최고의 투자유치 성과다. 유치자금의 91.4%가 충북의 4대 전략산업인 생명공학, 반도체, 차세대 전지, 부품소재라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됐다는 게 중요하다. 공약인 일자리 7만5000개도 반드시 만들겠다.”
―그렇게 잘되고 있다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도 되는 것 아닌가.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 정책은 국민적 합의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충북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발전을 해야 한다. 지방경제 다 죽이고 수도권만 살리면 안 된다.”
―10대 과제 중에 ‘청주공항 활성화’도 있는데….
“충북의 성장엔진은 경제특별도를 위한 초일류 업체 유치,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강도(敎育强道) 실현이다. 여기에 더해 충북을 관광의 요새로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청주공항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현안이 있다. 올해 안에 일본과 동남아 노선 개설, 활주로를 연장해 화물기와 점보기까지 뜨고 내릴 수 있는 물류공항화,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한 자유공항화, 저가항공사 취항 등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청주공항은 중부권의 허브공항이 돼야 한다.”
―차이나월드 프로젝트가 흥미롭다. 어떤 내용인가.
“330만 m²(100만 평) 규모에 1조8000억 원을 투입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6, 7월경에는 우선 사업대상자를 선정해 공사에 들어가서 2012년 개장할 예정이다. 청원군과 제천시가 후보지다. 중국 30개성의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고 중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작은 중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어학, 숙박, 위락, 체육시설 등 10개의 테마시설도 넣는다. 지난달에 서울에서 대규모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었는데 500여 명의 투자자가 관심을 보였다. 우리가 그림을 그리지 않고 전적으로 기업의 창의성에 맡기기로 했다. 청주대에는 이미 1200여 명의 중국 학생이 유학 중이다. 앞으로 중국의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에 타이밍이 적절하다.“
―충북의 대표 산업단지는 오송단지라고 들었다.
“충북이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유일한 산업단지는 생명과학단지다. 그 중심이 오송이다. 10월에 오송국가생명산업단지를 준공한다. 거기에서 ‘바이오 코리아 2008 오성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월에는 첨단의료복합단지 특별법이 통과됐다. 몇 개 도시와 경합 중이지만 오송에는 이미 첨단의료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선정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관광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데….
“3월 26, 27일 한국관광총회를 유치했다. 1000여 명이 참여하는 한국관광업계 최대의 축제다. 6월에는 한중일 관광장관회담도 열린다. 두 대회에서 충북의 3대 명산인 월악산 소백산 속리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남한에서 가장 큰 호반인 충주호와 단양팔경도 관광 포인트로 소개하고 싶다.”
그는 ‘작지만 강한’ 충북도의 모델로 스위스를 꼽았다.
“스위스는 정밀기계가 발달했다.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전략은 충북의 4대 성장동력 개발 전략과 비슷하다. 이 전략의 핵심 포인트는 고부가가치 업종을 유치하는 것이다. 인재양성도 중요한데 충북도는 이미 교육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충북도는 그 기반조성을 위해 투자유치센터를 만들어 8명의 기업사냥꾼을 고용했다. 그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노력한 결과가 2년도 채 안 돼 13조 원 이상을 유치한 것이다.”
―공무원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았나.
“물론이다. 공무원 교육을 제일 먼저 실시했다. 공무원들에게 경제성과 생산성 개념을 불어넣었다. 지금은 전 도민을 상대로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이를 좀 더 세분화해 계층별 연령별 직업별로 나눠 교육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론인 ‘규제 완화’ 문제가 다시 테마에 오르자 정 지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가 지향하고 있는 수범사례로 충북이 꼽혔다. 산업단지 조성에 3년 이상 걸리는데 이를 1년 이내로 줄일 수 있느냐가 초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1년 반으로 줄였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를 벤치마킹했다고 할 수 있다. 방법은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을 동시에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면 행정소요 기간이 대폭 줄어든다. 전국 최초, 최단의 사례가 있다. 하이닉스 공장을 유치할 때 30일 안에만 허가를 내 주면 되는데 우리는 4, 5일 만에 처리해 줬다. 서류가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관련 공무원을 한자리에 모아 처리하니까 안 될 것 같은 일도 가능했다.”
대담=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정리·청주=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정우택 지사는…
△부산 출생(55)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2회 △경제기획원 법무담당관(1991) △15, 16대 국회의원(1996∼2004) △자민련 정책위의장(2001∼2004) △아시아태평양환경개발위원회(APPCED) 집행위원장(2000∼2004) △해양수산부 장관(2001) △충북지사(2006∼)
▼“충북인재양성재단 만들어 매년 100억원씩 적립”▼
정우택 충북지사가 주창하고 있는 ‘교육강도(敎育强道)’의 실현을 뒷받침할 구체안이 18일에 설립하는 ‘충북인재양성재단’이다. 이 재단은 올해부터 도와 시군 출연금, 민간 성금을 모아 해마다 100억 원씩, 2017년까지 1000억 원의 기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세(道勢)와 재정자립도를 볼 때 놀라운 규모다.
이 기금은 고교생과 대학 및 대학원생 장학금, 우수 인재 해외연수 지원금, 영재교육 지원금 등으로 사용한다.
인재양성을 위한 비전과 정책 방향을 담은 ‘충북인재양성전략’도 마련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대학, 직업훈련기관 등 교육 관련 기관들이 인재양성을 위해 추진해야 할 5대 분야 89개 사업 계획을 담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 대학수학능력시험 방송 서비스도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청이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는 수능 콘텐츠를 받아 공급하고 수강료(1명에 2만 원) 가운데 절반은 도가 지원한다.
현재 4곳뿐인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평생학습도시도 충북도 내 모든 시군으로 확대 지정하고 해외어학연수, 각종 기술교육 등 주민들을 상대로 한 평생교육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정 지사는 “중앙정부 인사 때만 되면 ‘충북 홀대론’이 나오는데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 ‘홀대’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각 분야에서 사전에 인재를 키우면 앞으로 그런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