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못산 組閣과 공천
정말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이들을 줄줄이 데려다 쓴 이전 정부와는 달리 현 정부와 내각에는 제제다사(濟濟多士)들이 많다. 특히 청와대에는 이상형 재사(才士)들이, 내각에는 현장형 인물(人物)들이 많은 것 같다. 마땅히 있어야 할 돌쇠와 마당쇠도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뭔가 허전하고 국정 돌아가는 모습이 불안하다.
실제로 청문회도 치르기 전 장관 후보 3명이 낙마(落馬)하고, 작년 12월 84%에 달했던 MB에 대한 지지도는 현재 50%대에 머물고 있다. 한나라당의 계파 간 공천 추태로 MB 정권에 대한 기대는 더욱 하락세다.
이 마당에 MB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새벽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녀 현장 확인을 하고 이전 정권이 심어놓은 인사들을 솎아낸 뒤 한나라당을 명실 공히 ‘MB당(黨)’으로 장악하는 일일까? 결코 아니라고 본다. 그는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하루속히 ‘현인(賢人)’을 곁에 모셔 와야 한다.
현인은 누구를 말하는가. 정국을 깊고 길게 보고, 치자(治者)를 객관화해 줄 수 있는 ‘시대의 어른’이다. 단순한 모사(謀士)나 책사(策士)가 아니라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기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초한지의 장량(張良), 삼국지의 가후(賈후) 같은 이들이다. 우리로 치면 조선왕조 개국 당시 태조를 보필한 무학대사 같은 분을 떠올리면 된다.
장량이 누구인가? 유방을 도와 항우를 제압하고 한(漢) 왕조를 연 개국공신이다. 유방은 장량에 대해 “진중에서 계략을 꾸며 승리를 천 리 밖에서 결정지었다”고 평했다. 주목할 것은 장량이 유방을 보좌한 방식이다. 특히 유방을 둘러싸고 있던 고향 출신 패거리들(소하, 조참, 주발 등)인 이른바 ‘패(沛) 마피아’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다. 한나라 건국 후 거의 모든 공신이 팽(烹)당할 때도 그만은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오직 유방의 성공에만 초점을 맞춰 주군(主君)이 성공하자마자 자신은 은퇴해 낙향했기 때문이다.
조조의 현인이었던 가후 또한 시류를 꿰뚫는 혜안과 정도를 주장한 권력가로 위(魏)나라 제일의 개국공신이 됐다. 나서야 할 때가 아니면 나서지 않았고, 논공행상에 있어서도 공을 다투지 않았으며, 매사 삼가고 사양했다. 위로는 군주의 역린(逆鱗·임금의 분노)을 건드리지 않았고 밑으로는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에서 벗어났다. 행동을 항상 조심하고 권문세족과는 교제를 삼갔다.
삼고초려로 ‘시대의 어른’ 모셔야
제갈량(諸葛亮)과 사마의(司馬懿)가 지략은 더욱 뛰어난 책사였을지 모르나 장량과 가후 같은 현인은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 저 유명한 언론인 월터 리프먼과 얼마 전 타계한 역대 보수정권의 정신적 지주인 윌리엄 버클리 주니어가 있다. 일본에선 역대 총리의 사부(師父) 역할을 한 야스오카 마사히로(安岡正篤)가 생각난다.
MB는 과연 어떤 현인을 곁에 둘 수 있을까.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그만한 자격과 인품, 역량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예외적 공천 한 방’으로 도덕적 우월성을 빼앗겨 퇴위된 ‘양녕대군’ 같은 처지가 됐다. 이재오 이방호 의원은 ‘깜’이 아니고 ‘분수’도 모르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이 나돈다.
문제는 MB가 과연 그런 대기(大器)들을 모셔오고 포용할 만한 큰 그릇인가 하는 점이다. 특급 장관과 일급 참모는 ‘MB어천가 합창’보다는 이런 일로 대통령을 보필해야 한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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