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는 ‘규제 개혁 전도사’가 된 것 같다. 경기 서울 인천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장이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느 지방이 혜택을 더 보고 덜 보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 여부가 규제 개혁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란다. 17일 수원의 지사 공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제는 ‘수도권을 죽여야 지방이 산다’는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지방의 우려가 많다.
“타깃을 잘못 설정한 것이다. 수도권이 아니라 중국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절대로 크지 않은 나라다. 땅덩어리는 중국 산둥(山東) 성의 절반도 안 되고 남북한 인구를 합쳐도 8000만 명을 넘지 않는다. 산둥 성 인구는 1억 명이 넘는다. 그런 거대한 중국이 1년에 16%씩 성장하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하면 수도권과 지방이 다 함께 망한다.”
―어떤 규제를 개혁하라는 건가.
“5가지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 상수원 규제, 군사지역 규제, 그린벨트 규제, 농지 규제다. 핵심은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다. 수도권에는 큰 공장과 대학을 짓지 못한다. 잘못된 법은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팔당 물 관리 규제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똑같은 남한강 수계인데도 경기도 쪽은 규제하고 강원이나 충북은 제외한다. 군사지역 규제도 변화에 맞지 않다. 간첩 침투를 막는다는 이유로 서해안 일대에 철조망을 쳐놓고 있다. 쓸 곳은 쓰고, 안 쓰는 곳은 민간에 돌려줘야 한다. 그린벨트 정책도 ‘그린’이 있는 곳은 보호하고 ‘그린’이 없는 곳은 풀어야 한다. 멀쩡히 가동 중인 공장의 지붕 위로 그린벨트 경계선이 지나가기도 한다. 농지 규제도 심각하다. 농촌진흥지역 땅값은 평당 평균 27만 원이고, 비진흥지역은 55만 원, 산지(山地)는 75만 원이다. 문전옥답을 팔아도 산을 못 산다. 이건 살농(殺農)정책이다.”
―서해안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서해안 간척지를 경제자유구역(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대(對)중국 전략 거점으로 삼자는 것이다. 황해는 지중해와 같은 내해다. 시화호 화성호 등 경기만 일대 간척지만 8000만 평이 넘는다. 방대한 땅이다. 국가 차원의 이용 구상을 내놓아야 할 때가 왔다. 중국의 13억 인구를 겨냥해 이곳을 세계적인 관광생태 해양레저 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1단계로 6월 화성의 전곡항과 제부항, 안산의 탄도항에서 세계 보트쇼와 세계 요트대회를 개최한다. 화성호 부근에는 100만 평 크기의 승마장을, 시화호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건설한다. 유니버설스튜디오도 시화호 부근에 들어선다.”
―경기 북부지역의 개발 구상은….
“경기도는 분단도이다. 북한의 개성 개풍 장단도 예전에는 다 경기도였다. 올해 식목 행사는 북한에 가서 할 계획이다. 한강 하구 모래를 채취하면 수도권의 건축자재 값을 떨어뜨릴 수 있고 한강 하류의 홍수도 막을 수 있다. 물길을 열어 배가 다니도록 하고 통행료를 받아 남북이 나누면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DMZ) 일원은 유엔의 협력을 얻어 세계적인 환경생태평화역사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돌려받는 미군 기지가 많은 동두천과 양주에는 국제자유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와 캠프 호비는 1000만 평 이상 된다. 전체를 첨단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단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동부지역은 환경친화적인 마을, 작고 아름다운 마을, 자연과 어울리는 고급 명품 주거지역으로 만들 생각이다.”
―일부 반대도 있지만 지사들은 한반도 대운하를 찬성하는데….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니까 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에 다 파헤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호응이 많은 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경인운하를 착공하자는 것이다. 경인운하는 15년 이상 연구하고 논의했다. 바로 실행하면 된다. 경인운하가 만들어지고 배가 파주, 김포, 팔당댐 아래까지 다닐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다. 다음은 팔당 취수장을 옮기고 한강과 임진강 하구의 모래를 채취해 물길을 열어야 한다. 그 다음이 경부운하를 건설하는 단계인데 남한강과 낙동강 물길을 이으면 1억 t 이상의 한강 물이 낙동강으로 흘러가므로 수량 확보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할 것이다.”
―수도권 교통문제가 심각하다.
“동탄 신도시와 평택 국제평화도시에 대한 교통대책으로 지하 40m 아래를 지나가는 대심도(大深度) 고속철도를 놓을 계획이다. 동탄에서 출발하면 20분 만에 강남까지 갈 수 있다. 동탄 신도시 개발 이익으로 소요경비를 댈 수 있다. 국토해양부가 가장 큰 문제다. 사회간접자본인 인프라스트럭처를 깔아야 하는데 자족도시가 아닌 베드타운만 계속 만들고 있다. 학교 직장이 있는 신도시를 건설해야지, 아파트만 짓는 것은 틀렸다. 기흥 등에 삼성전자 직원이 2만1000명이나 있다. 사는 곳은 대부분 서울 강남이나 분당 신도시다. 이들을 광교 신도시로 유인하려면 청약제도를 바꿔야 한다. 해당 지역에 장기 근속하는 사람에게 1순위를 주는 게 맞다. 그런데 국토해양부는 청약부금을 가입한 사람들이 반발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택지 공급권도 지방에 넘겨야 한다. 현재는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중앙정부가 다 가져간다. 돈은 걷어다가 다른 곳에 쓰고 도로 학교도 제대로 안 지어 준다. 그러니 사방에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를 나누자는 주장도 있는데….
“일본의 시·정·촌은 3200개가 넘는데 1800개로 줄이려고 하고 있다. 중국과 마주 앉으려면 작은 행정단위로는 어림도 없다. 중국의 시는 보통 인구가 500만∼800만 명이다. 경기도만 하다. 수도권이 크다고들 얘기하는데 꿈을 깨야 한다. 경기도를 둘로 나누면 자리가 생기니까 공무원만 좋아할 것이다. 경기도 제2청도 없애야 한다. 과천에 청사가 있는 장관들도 서울에 별도의 사무실을 하나씩 다 갖고 있다. 왜 이래야 하나. 과천청사를 없애고 서울로 가져가는 것도 찬성한다.”
그에게 “경기도는 서울도 아니고 지방도 아닌 것 같다. 경기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서울과 지방을 소통시키는 심장과 같은 존재다. 서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면서도 지방에 비하면 지리적으로 우위에 있다. 서울은 이미 개발이 많이 됐고, 앞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끌고 갈 성장엔진이 경기도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하기 전 미리 받은 자료에서 ‘신선한’ 느낌을 받은 대목이 있다. 경기도에 유난히 재난사고가 많다는 것을 ‘자인(自認)’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등 몇 가지 대형 화재를 열거했다. 대규모 건설사업장이 많아서 그렇다는 ‘이유’와 앞으로 예방활동에 적극 나서겠다는 ‘각오’도 적혀 있었지만, ‘솔직함’이 더 머릿속에 남았다.
수원·정리=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김문수 지사는
△경북 영천 출생(57세) △경북고 졸업, 서울대 경영학과 입학, 교련반대 시위로 제적 후 복학 △민청학련 사건으로 다시 제적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5·3 인천사태로 투옥 △민중당 노동위원장 △서울대 졸업(1994년) △15, 16, 17대 국회의원(경기 부천 소사) △한나라당 원내 부총무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장 △경기도지사(2006년∼ )
▼“수질개선, 들인 돈 이상 이익”
작년 팔당호에 3600억 ‘투자’▼
경기도는 지난해 팔당호 유역의 수질 개선을 위해 3596억 원을 ‘투자’했다. 예산을 집행한 것이지만 들인 돈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투자’라고 표현한다. 2010년까지는 1조4031억 원을 수질 개선에 쓸 예정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환경공영제’에 따라 경기도는 2004년부터 소규모 개인하수처리시설에도 운영비와 시설 개선비 119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수질오염행위 감시용 폐쇄회로(CC)TV도 지난해에만 12곳에 설치했고, 현재 18개 지점에서 24시간 수질 오염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돈만 들이는 게 아니다. 수질 개선 사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박사급 인력을 채용해 지난해 6월 ‘팔당 물환경센터’도 세웠다. 이런 노력 덕분에 팔당호 수질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경안천 수질이 개선됐다.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2006년 4.4ppm에서 지난해 2.6ppm으로 대폭 감소했다.
김 지사는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맡고 있는 남한강의 수질과 수량 관리도 경기도에 넘기라고 요구한다. 그는 “수질이 좋아지든, 안 좋아지든 돈만 받아가는 지금의 시스템은 잘못됐다”며 “경기도가 맡아 수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돈도 안 받겠고, 권한도 다시 가져가라”고 했다. 김 지사는 “저들(중앙정부)은 탁상행정을 하지만 우리는 현장을 잘 안다”며 “자신 있다”고 말했다.
수원=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