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한나라당 수도권 공천자들이 전날 4·9총선 공천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총선 불출마 등을 촉구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일부 소장파와 정두언 의원 등이 ‘55인 기자회견’의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바람을 잡는 게 온당한 일이냐”며 분개했다.
이재오 의원이 23일 저녁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한 직후 한나라당 주변에서 ‘이 의원이 이상득 부의장과의 동반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데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이 의원이 작심하고 대통령 면담 사실을 사전에 흘리고 들어온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향한 일종의 ‘압박전술’ 아니냐는 얘기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당내 비주류의 공천반발 차원을 넘어 총선 이후 당권 등을 겨냥한 내부 권력다툼과 특정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확산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 전황이 의외로 녹록지 않다 해도 당당히 뚫고나가 새 정부의 대의를 호소하며 사력을 다해 승리하는 것이 정치지도자의 자세”라며 “어려운 싸움을 회피할 명분으로 ‘대통령의 형’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떳떳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공천심사위를 중심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공천개혁’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세측근’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치면서 오해가 확산됐음에도 공천 불개입을 천명하며 거리를 둬온 청와대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불만이다.
그러나 조각 및 공천 파동에서 청와대 인사라인과 정무라인이 전횡과 무능을 드러냈다는 당 쪽의 불만이 적지 않은 데 대해 청와대는 적잖이 당혹해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부 조각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전 정부에서 인사파일을 제대로 넘겨받지 못하는 등 정권교체기의 특수 환경 때문이었다. 정무라인은 과거처럼 청와대가 공천권을 주무르지 않고 당내 논의에 맡긴다는 방침에 따라 공천 개입을 자제한 것이다”라며 해명에 분주했다.
더욱이 설사 이 부의장을 용퇴시키고 청와대 일부 라인을 ‘희생’시킨다 해도 과도하게 분출된 정권 초기 권력투쟁을 제어 또는 완화할 거중조정역을 찾기 어렵고, 출범 1개월밖에 안된 정부가 정권 말기에나 있을 법한 ‘유사 레임덕’을 맞게 되는 상황을 청와대는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유가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경제 살리기 노력이 출발부터 시련에 부닥친 데다 총선을 2주 앞두고 터져 나온 당의 내홍으로 안정의석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이 대통령의) 민생경제 행보조차 자칫 ‘총선 개입’으로 공격받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