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의 측근은 이날 통화에서 “이 의원이 주요 당직자들 및 당원협의회 관계자들과 총선 불출마 문제를 논의한 뒤 총선에서 민의의 심판을 받기로 결정했다”며 “이르면 25일 후보 등록을 하고 별도의 기자회견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의원은 24일 밤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총선에 출마하라는 강한 요청을 받았으며 측근들과 주요 당직자들 역시 불출마는 당과 개인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며 출마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23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의원은 불출마 결심을 굳히고 정두언 의원과 함께 친(親)이명박 계열 출마자들을 규합해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하도록 하는 등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이 의원의 측근 7명이 서울 여의도 서울시당 사무실에 모여 그의 불출마에 따른 파장과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오후 4시경 친이 계열 출마자 55명이 공천 반납을 걸고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할 때까지만 해도 이 의원의 불출마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이 부의장이 불출마 압박을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밤 이 의원이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만난 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자신의 총선 불출마 의견을 밝혔지만 이 대통령이 “시기가 너무 늦었다”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의장도 이날 밤 언론 인터뷰에서 “끝까지 총선에 임해서 유권자의 평가를 받는 게 국민과 당에 대한 의무이자 도리다”라며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이후 이 의원과 함께 ‘거사’를 주도했던 핵심 의원들은 오후 11시쯤 서울 강북의 모처에서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의원은 24일 오전 자신의 측근 의원을 비롯해 주요 당직자들과 연쇄적으로 통화하고, 지역구 참모들과 회의를 한 뒤 불출마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가 “불출마하면 혼자만 죽는다”는 의견을 내 고심 끝에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이 의원이 오늘 오전 8시쯤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에 ‘현 시점에 혼자 불출마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측근 의원들의 만류도 그의 결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통화에서 “이 부의장과의 동반 불출마가 아니라 혼자만 불출마할 경우 총선 판도에 미칠 파급력이 크지 않고 자칫 지역구 선거 패배의 위기에서 도망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의 다른 측근도 “여당 중진 의원이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며 “만에 하나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할 예정인 이 의원은 현재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15%포인트 안팎의 차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뒤지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