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형님' 이 부의장, `일등공신' 이 의원 간 대충돌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여권의 내분은 수습 국면에 들어갔지만 권력투쟁 양상까지 뒤섞였던 이번 대혼란은 여권에 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겼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이번 내분은 우선 안정적 과반의석 확보가 급선무인 한나라당에 큰 타격을 줬다. 또 출범 한 달을 겨우 지난 새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을 남겼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통령의 친형'과 `대통령을 만든 2인자'라는 평가를 받는 두 실세의 충돌과 갈등 봉합은 향후 여권의 권력지형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당 소장파 의원 55명으로부터 18대 총선 불출마와 국정관여 금지를 요구받은 이상득 부의장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총선 출마라는 뜻을 관철시킴으로써 여전히 `파워'를 과시했다.
특히 이번 사태 와중에 이 대통령이 `형님'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의장은 명실상부한 여권 최대의 실세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하지만 향후 보폭은 조심스럽고 더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관측이 많다.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정치적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았다는 평가다. 친 이재오계 의원들이 한 축을 차지했던 이번 사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향후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는 당장 총선 당선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만에 하나 총선 결과가 좋지 않다면 정치적 생명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
측근들은 최근 공천과정을 거치면서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이 큰 걱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재오 죽이기"라고 이 전 최고위원 측에서 반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는 이미지만 구긴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외면을 해버리면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셈이다.
한때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적잖은 영향력을 과시했던 정두언 의원도 사정이 편치만은 않다. 그는 이번에 이 부의장의 불출마와 국정관여 금지를 촉구한 성명파 중 핵심으로 참여했다.
그는 사석에서 오래전부터 이 부의장 불출마론을 펼쳐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인수위 구성이후 새 정부 출범 조각 과정에서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던 터라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여권의 권력지도가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실세들 간 권력다툼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던 정몽준 의원이 최대 수혜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최근 일련의 상황을 감안할 때 7월 전당대회에서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최고위원과 박근혜 지지세력을 견제할 카드로 이 부의장이 정 의원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의원은 최근 연일 당권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당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정무기능,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상황이 이같이 악화되도록 조정하지 못했다는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홍준표 의원은 25일 라디오에 출연, "정무 기능이 약하다고 봤기 때문에 총선이 끝난 뒤 정치특보도 임명하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