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마무리하며 “어려운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짤막했다. 하지만 악화일로인 내외 경제환경, 조각·인선 파문에 이은 여당 내 공천 파동, 잇단 흉악 범죄, 역대 정권 출범 초에 비해 낮은 국정 지지도 속에 취임 1개월을 맞은 복잡한 심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서민 기대감 많은데 이뤄진 건 미흡=이 대통령은 먼저 “민생이 어려운데 선거가 막 시작됐다”면서 “물가가 오르고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민들의 기대감이 많다. 서민을 위해 이뤄진 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자영업자들이 소액금융 대출이 안 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봤다. 600만 원, 1000만 원이 있으면 고비를 넘길 수 있는데 신용대출이라 힘들다”면서 “소액 서민대출 은행 설립을 서둘러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휴면예금관리 조직을 확대해 소액서민금융재단을 27일 발족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선거 때면 으레 농가부채를 탕감하곤 하는데 성실히 일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으니 이번엔 그렇게 하지 말자”라면서 그 대신 “농가부채는 대부분 농기구 때문에 생기므로 농민이 갖고 있는 농기구를 농협이 평가한 뒤 구입해 장비임대업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자, 국민 눈살 찌푸리게 해서야”=이 대통령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라보며) “지적할 재료를 줘서 고맙다”면서 “조직 개편으로 발생한 유휴인력을 평가 태스크포스에 넣어 편법 관리하고 민간에 써 달라고 하는 것은 정말 나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유휴인력은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6개월, 1년 코스를 만들어 4월 1일부터 교육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이 온정주의에 빠져 적당히 하려는 것은 새 정부의 ‘작은 정부’(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밑에서 하자는 대로 하면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대통령도 1년만 지나면 공무원들이 만든 보고서에 따르고 발상을 전환하지 않으면 원점으로, 전통적 관료사회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가 이전하면서 남긴 사무기기와 가구를 방치해 논란이 됐던 보건복지가족부와 관련해서는 “주민들이 오죽 보기 싫었으면 신고했겠나.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을 보니 공직자 자세가 안 돼 있는 것 같고 국민 보기에 부끄럽다”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질책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