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데이비드 초청은 한국 중시 중요한 신호
부시, 李대통령과 첫 만남부터 친분 쌓기 원해
한국은 민주화 산업화 모두 이룬 좋은 역할모델
제3세계에 “한국같이 될 수 있다” 말하고 싶어”
《“한국과 미국은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운명공동체(community of shared destiny)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매일의 국익 계산을 뛰어넘어, 두 나라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지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 88주년을 앞두고 26일 서울 세종로 미국대사관 집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의 오늘과 내일을 밝게 내다봤다. 》
- [4강 대사에게 듣는다]<1>버시바우 주한 美대사 |
- [4강 대사에게 듣는다]<2>시게이에 주한日대사 |
- [4강 대사에게 듣는다]<3>닝푸쿠이 주한 中대사 |
- [4강 대사에게 듣는다]<4·끝>이바센초프 주한 러 대사 |
::대담=김순덕 편집국 부국장
버시바우 대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4월 18일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군사동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제사회 문제 해결 동참 등 현안을 논의하면서 장차 동맹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 진지하게 생각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시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분명한 의미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두 나라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겠다는 매우 중요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첫 만남 때부터 친분을 만들고 싶어 한다. 주러시아 대사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배석한 기억이 있다. 캠프 데이비드는 독특하고도 가슴이 탁 트이는 환경이다. 이 대통령의 영어 구사능력이 꽤 되는 만큼 두 정상은 충분한 개인적 교감을 나눌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어떤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루는가.
“미국은 동맹을 되살리고 강화하고 싶어 한다. 왜 한국이 미국에 중요한지, 왜 한미동맹이 미국에 이익이 되는지를 서로 교감하게 될 것이다. 두 나라가 손잡고 세계 속에서 무엇을 성취할지, 그 비전을 공유하게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이 미국에 왜 중요한지 우리 독자에게 설명한다면….
“동북아시아는 가장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지역이다. 미국 기업의 경제적 이익이 달려 있고, 북한 핵이라는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한반도 상황은 동북아의 안보와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한반도를 뛰어넘어 동북아에 공동안보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긴 안목에서도 중국이 빠르게 부상하는 지금, 미국과 한국은 지역 내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은 어떤 비전을 공유할 것으로 보는지….
“두 나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 함께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켰다. 이제 한미동맹은 군사 안보문제에 한정돼서는 안 된다. 다차원적이고 폭넓은 관계가 필요하다. 두 나라는 투자 유학 여행 문화교류 확대는 물론이고 질병 테러 국제범죄 지구온난화 등 국제적 위협에 공동대처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보를 뛰어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부유한 나라인 한국이 제3세계 공적개발원조(ODA)와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동참함으로써 국제시민으로서의 의무를 해주기를 기대한다. 과거 한국이 성장 발달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걸 돌려줘야 할 때다.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밑바닥에서 시작한 뒤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이뤘다는 점에서, 저개발국가에 한국보다 좋은 ‘역할 모델’이 어디 있나. 미국은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민주주의 확산을 지지한다. 미국은 제3세계에 ‘당신들도 한국같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대통령은 “우리에겐 친미(親美)도, 친중(親中)도 없다. 오직 국익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대사의 반응이 궁금하다.
“모든 나라의 외교정책에서 자국 이익이 다른 나라와의 친분보다 하위에 놓일 수는 없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매우 특별하다.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 때 피를 같이 흘렸고, 한국의 평화를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서로 희생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또 지금은 수십만 명의 한국 학생이 미국 학교에 다닌다. 한미관계는 국익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그걸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의 지배 등의) 공동 가치를 추구하는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이다.”
―북핵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북핵문제의 해결은 6자회담이 최선이며, 그 틀 안에서 북-미 양자대화를 갖는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진전은 있었지만 해결은 안 되고 있다. 뉴욕채널을 통해 계속 접촉하고 있지만 탄력(모멘텀)을 잃은 것은 맞다. 북한이 지난해 말까지로 약속했던 ‘완전한 핵프로그램 신고’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협상테이블에 에너지 지원, 북-미관계 개선 등 긍정적 약속사항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 북한이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많은 걸 잃게 된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전 정부와는 다르다.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리라고 보는가.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접근법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핵 포기 이후에 시행하겠다는 한국정부의 전폭적인 경제지원책도 잘 안다. 그래서 우리는 한미 간에 매우 긴밀하게 협조하고 조율할 수 있다는 데 상당히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한미 간 의견 차가 생기면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2012년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해 재논의설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면….
“한국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며, 한미동맹은 동등한 양자관계에 토대를 뒀다는 점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이 합의됐다. 2012년 4월은 새 군사기술 및 장비 확보, 연합사의 역할 재조정, 연례 군사훈련을 통한 차질 없이 실무 작업이 가능한 시점으로 선택됐다. 따라서 현재로선 (재논의는) 학문적 관심 대상일 뿐이다. 두 나라는 앞으로 이행단계마다 점검하고 검토해 문제점을 없애갈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양국 정부에 이견이 없다. 동아일보 독자들도 지금 과거 정부와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만일 한국에 무슨 일이 생기면 미국은 그 공백을 채울 것이다. 또 최악의 시나리오인 (2012년 현재) 북한의 ‘핵 보유 계속’이라는 상황도 고려할 것이다.”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FTA 비준이 감정적 문제로 흘러 걱정스럽다.
“이 대통령이 방미 때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한 한국을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국제무역질서에 부합하는 제도를 갖춘 나라로 만든다는 철학을 전할 것으로 믿는다. 쇠고기 문제가 정치의 범주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FTA 문제는 미 의회에서 망각의 늪에 빠져 있다. 쇠고기는 감정이 아닌 과학의 문제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1년쯤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출이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 소비자가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낮은 가격에 좋은 쇠고기를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리=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알렉산더 버시바우
(Alexander Vershbow)
△미국 보스턴 출생
△예일대 러시아학 및 동유럽학, 컬럼비아대 대학원 국제관계학 전공
△1977년 미국 국무부 근무 시작
△아버지 조지 부시 행정부
냉전 말기에 국무부 소련과장
아나톨리 샤란스키상 수상(러시아 내 유대인의 인권신장 노력이 평가됨)
△빌 클린턴 행정부
국무부 유럽 및 캐나다담당 수석 부차관보(1993∼94)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통령 특별보좌관 겸 유럽담당 선임보좌관(1994∼9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1998∼2001)
△조지 W 부시 행정부
주러시아 대사(2001∼2005)
주한국 대사(2005∼)
▼때론 부드럽게 때론 단호하게… ‘북치는 대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