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 영향력’ 이재오도 쓴잔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9일 개표 방송을 보면서 당의 공천을 좌지우지했던 실세들이 줄줄이 낙선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공천심사위원회의 저주’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들은 다른 후보들의 공천을 챙기며 ‘당내 계파’를 만들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을 정도로 자신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었다.
역대 어느 사무총장보다 당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방호(경남 사천) 사무총장과 정종복(경북 경주) 사무부총장의 낙선은 누구도 예상 못한 최대의 이변이었다. 특히 이들의 지역구는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인 영남이다.
공심위원과 공심위 간사를 지낸 이 사무총장과 정 사무부총장은 공천 때 영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단수로 확정될 만큼 당내에서 감히 경쟁하는 후보도 없었다.
이 사무총장은 ‘농민의 아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막판 추격전을 펼친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에게 182표 차로 쓴잔을 마셨다. 정 사무부총장은 영남에 불어 닥친 ‘박근혜 열풍’ 탓에 친박연대 김일윤 후보에게 일격을 당했다.
공심위에서 친박근혜계의 의견을 대변해왔던 대전 중구의 강창희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도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강 위원장도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 짓고 박 전 대표가 유일하게 자신의 지역구를 벗어나 지원 방문까지 해 줬지만 대전에 불어 닥친 선진당 바람을 막지 못했다.
공심위원은 아니지만 ‘공심위의 배후’로 불리며 당내 공천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재오 의원도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명박 정권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4선 도전에는 실패했다. 당선됐을 경우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당내 평가가 많았었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 당 공심위원들의 대거 낙선은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에 유권자들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