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아들을 버렸다?’
DJ의 차남 김홍업 의원이 4·9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이자 아버지의 고향인 하의도가 위치한 전남 무안-신안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맛보자 호남에서 DJ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호남에서는 DJ의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그동안의 속설이 도전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선거 결과는 30.1% 득표로 2위. 무소속 이윤석 후보가 31.0%로 당선됐고 민주당 공천을 받은 황호순 후보는 29.2%로 3위에 머물렀다.
김 후보의 선거를 위해 87세의 노모 이희호 여사가 세 번이나 지역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랬던 만큼 아들의 패배를 보는 ‘아버지’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일했던 한 위원은 최근 통화에서 “DJ는 공천심사 때 종교인과 재야 지식인 그룹을 통해 집요하게 아들의 공천 민원을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DJ의 영향력이 공천 단계에서부터 먹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DJ의 복심인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목포에서 당선됐다는 점에서 아직 DJ의 힘은 죽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전 실장은 현장에서 유권자를 만나 마음을 얻는 개인기가 남다르다”며 김 의원의 경우와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김홍업 의원의 낙선을 소지역주의의 결과로 치부하는 분석도 있다. 유권자 5만3100명인 내륙지역 무안군의 표를 당선자인 이윤석 후보가 47%를 쓸어갔고 유권자 4만 명인 신안군의 표는 이 후보에게 9%만 흘러간 채 김 의원 및 황 후보가 양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일부 인정하는 민주당 인사들조차 “그렇더라도 DJ 아들은 과거 같으면 무조건 당선됐어야 했다. 지금은 그게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