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울시가 벤치마킹한 ‘현대카드式 조직관리’

  • 입력 2008년 4월 15일 02시 58분


청와대는 현대카드를 벤치마킹해 지난달 비서동(여민관) 비서관실(오른쪽 위) 벽을 유리벽으로 바꾸고 직원 간 칸막이도 성인 팔꿈치 높이인 1.1m가량으로 낮췄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서관실을 둘러보며 “이래야 서로 의사소통도 되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청와대는 현대카드를 벤치마킹해 지난달 비서동(여민관) 비서관실(오른쪽 위) 벽을 유리벽으로 바꾸고 직원 간 칸막이도 성인 팔꿈치 높이인 1.1m가량으로 낮췄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서관실을 둘러보며 “이래야 서로 의사소통도 되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없애라… 말하라… 통하라

청와대는 지난달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비서관실 벽을 반투명 유리벽으로 바꿨다. 청와대의 이번 조치는 현대카드가 2004년 임원실 벽을 유리벽으로 만든 것을 참고했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비서동 사무실을 리모델링하기 직전 현대카드 임원실의 유리벽 등을 둘러보고 갔다.

서울시는 3월에 6급 이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인력시장’을 만들어 실·국별로 선호하는 직원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대카드가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한 사내(社內) 인력시장인 ‘커리어마켓’과 비슷하다. 서울시 간부 60여 명도 관련 발표 직전인 2월에 현대카드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공직사회가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변신을 꾀하는 가운데 청와대와 서울시가 잇달아 민간기업인 현대카드의 조직관리를 벤치마킹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3월 청와대로 초청돼 수석비서관 등 40여 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카드 측은 “커뮤니케이션은 인체로 치면 ‘혈액’과 같다”며 “이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는 공무원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현대카드 커리어마켓 게시판에는 ‘현대캐피탈 오토플랜영업팀에서 자동차 할부 신상품을 담당할 직원 구함’이라는 공고가 떴다. ‘입사 3년차 이상, 과장급 1년차 미만. 지점 근무 경력자는 우대. 데이터 분석·추출 가능자’라는 조건도 붙었다.

이 팀은 희망자의 원서를 받아 면접을 통해 적임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이런 공고는 하루 평균 10∼12건 나온다. 커리어마켓은 ‘직원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최선의 복지’라는 철학에 따른 것이다.

최근 9개월 동안 현대카드(현대캐피탈 포함) 전체 직원 1100여 명 중 130여 명이 이를 통해 부서를 옮겼고 최고 경쟁률이 10 대 1에 이를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임원회의인 ‘포커스미팅’에서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1순위 덕목이다. 임원이 담당 업무를 보고하면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끝나는 회의가 아니다. 일상적인 업무 보고는 전자 문서로 올리고 이 회의에선 임원의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는 2, 3가지 주제에 대해 ‘입씨름’에 가까운 토론을 벌인다. 포커스미팅에 적응을 못해 회사를 그만두는 임원이 매년 1, 2명 정도 된다.

평가 과정에서 ‘남한테 싫은 소리 하지 않는 게 미덕이다’라는 원칙도 깼다. 임원들은 인사전문가가 해당 임원의 부하, 상사 등 총 7명과 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작성한 두툼한 보고서를 받는다. 본인의 결점과 승진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담겨 있다.

이윤석 현대카드 홍보실장은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인재에서 판가름 난다”며 “평가보고서는 직원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안서”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