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경인방송 허가 - 일부 위원 “친미주의자에 못준다” 버텨
롯데, 우리홈쇼핑 인수 -“대기업은 안돼” 무조건 반대로 몰아가
KBS 이사 임명- 공모는 허울뿐… 내정 코드인사 “통과”
“(노무현 정부 시절의) 3기 방송위원회는 청와대와 당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장 정치적 집단이었다.”
3기 방송위원(비상임)을 지낸 김우룡(사진)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강포럼(회장 김용원) 초청 강연회에서 “방송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문을 쓰겠다”며 “방송위가 민간 합의제 기관이라고 하지만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을 갖지 못한 무책임한 조직이었다”고 말했다. 3기 방송위는 2006년 7월에 3년 임기를 시작했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기 직전인 2월 말 해산됐다.
김 교수는 방송위가 특정 이념에 기운 청와대와 정치권 등 ‘보이지 않는 손’에 좌우됐다며 여러 사례를 들었다.
그는 OBS 경인방송 허가 기간이 2년 이상 걸린 것에 대해 “일부 위원이 ‘친미주의자(백성학 회장을 지칭)에게 방송을 줘야 하느냐’라는 논지를 공공연히 폈다”며 “이는 행정을 정치적 행위로 몰고 간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는 것도 6개월 이상 걸렸는데 ‘대기업의 인수’를 무조건 부당하게 몰고 가는 ‘반(反)기업 정서’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 방송위가 KBS 이사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을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도 실제로는 거수기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KBS 이사 등을 뽑을 때 ‘공모(公募·Public Recruitment)’를 하는데 사실상 ‘공모(共謀·Conspiracy)’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방송위가 인사 소위원회를 구성해 공모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상 자율성은 없이 청와대나 당이 2, 3배수로 추천한 인물 중에서 뽑았다는 것이다.
그는 “검증 과정 없이 낙점한 사람이 공모에 신청했는지만 확인했다”며 “공모제는 허울뿐이고 보은 인사나 코드 인사를 내정한 상태에서 형식만 갖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회방송 한국정책방송(KTV) 등 국공영 채널에만 보도 기능을 허용하고 나머지 채널에는 허용하지 않은 것도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또 방송위가 지상파의 눈치를 보다가 방송 진흥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적자 타개 방안으로 지상파 재전송을 추진하자 방송위는 지상파와의 합의를 요구했으나 막상 위성DMB 측이 MBC와 합의하자 KBS를 비롯해 지역 MBC와 노조의 눈치를 보다가 6개월이나 허가를 미뤘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해 신문 방송 겸영은 세계적 추세이며 KBS EBS 아리랑TV를 함께 관할하는 공영방송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