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메뉴? 32개월짜리 몬태나산 쇠고기 스테이크로 합시다”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이왕이면 32개월짜리 몬태나산 쇠고기 스테이크로 하자고 합시다.”

한미 외교 사상 첫 정상 간 ‘프라이빗 디너(사적인 만찬)’인 18일 저녁 캠프 데이비드 만찬의 메뉴는 그동안 한국 외교팀엔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국에서 집이나 별장으로 초청하는 부부동반 저녁식사의 메뉴와 자리배치는 안주인의 절대적 권한이다. 캠프 데이비드 만찬의 메뉴 결정권 역시 로라 부시 여사에게 있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관리들도 알기 힘든 상태였다.

그러다 며칠 전 백악관 측은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왔고, 청와대는 “양고기”라고 답해줬다. 이 대통령은 중동 근무 시절 양고기에 익숙해졌다.

그러자 백악관은 “고기를 좋아하면 쇠고기 스테이크는 어떠냐. 30개월 미만 쇠고기로 하겠다”는 수정 제의를 했다. 한국이 광우병을 우려해 생후 30개월 미만으로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쇠고기 스테이크는 로라 여사가 자주 내놓는 메뉴다.

이 얘기를 들은 이 대통령은 “32개월 된 쇠고기, 그것도 몬태나산으로 하자고 해보라”고 지시했다. 몬태나 주는 쇠고기 시장 개방 압력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곳. 쇠고기 시장 개방 요구를 주도하는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격의없이 친구처럼”

공식행사 3개외에 즉석 일정도 마련될듯

고려 각궁-‘MB’적힌 가죽점퍼 선물 교환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묵게 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1박 2일(40여 시간) 일정은 18일 ‘프라이빗 디너(사적인 만찬)’와 19일 한미 정상회담, 오찬 회동 등 3개의 공식행사만이 정해져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흉허물 없는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마음 가는 대로 편안하게 시간을 정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트”라며 “당일 날씨나 정상들의 기분에 따라 즉석에서 일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두 정상 내외는 1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내외가 운전하는 골프 카트에 나눠 타고 숙소로 이동한 뒤 부시 대통령의 안내로 산책을 겸해 캠프 데이비드를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저녁에는 로라 부시 여사가 마련한 만찬을 즐기며 환담을 나눌 예정이다.

둘째 날 오전 국방 외교 분야의 핵심 참모 2, 3명씩만 대동하고 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 강화를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 북한 핵문제 등을 공식 의제로 다룬다.

오찬 직전에 열리는 ‘언론 회동(press availability)’은 단상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라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듯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회동인 오찬은 정상과 대통령 부인이 별도의 장소에서 따로 갖는다.

한편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할 선물로 중요민속자료 35호인 ‘각궁(角弓)’을 준비했다. 대나무에 물소 뿔과 소 힘줄, 뽕나무 참나무 벚나무 껍질 등을 덧댄 고려시대의 활로, 1000년 전의 제조 방식대로 만든 명품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 이름의 영문 이니셜(MB)이 적힌 가죽점퍼를 선물한다.

김윤옥 여사는 로라 여사에게 백자로 만든 부부 커피잔 세트와 함께 다음 달 크로퍼드 목장에서 결혼하는 부시 대통령의 딸 제나 씨를 위한 나무 기러기 한 쌍도 깜짝 선물로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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