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복 숭어 곧 올텐데…” 파주-연천, ‘北 황강댐’에 무방비

  • 입력 2008년 4월 22일 19시 59분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일대 임진강 어민들은 22일 일손을 잡지 못했다. 북한 황강댐이 담수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고 없는 작은 규모의 방류에도 어구가 떠내려가는 피해를 10여 차례 입은 지역. 저수량이 3~4억t인 댐에서 물을 가두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겠냐고 입을 모았다.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에 있는 연천어촌계 김광형(51) 총무는 22일 장남교를 가리키며 말했다.

"10m는 족히 되던 강 복판 수심이 지금은 잘해야 5m남짓이다. 황복과 숭어가 곧 올라올 텐데 물이 더 줄어들면 어쩌란 말이냐."

임진강을 가로 지르는 장남교의 교각 사이는 쌓인 돌무더기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수심이 낮았다. 교각 바로 밑이 아니라 가장자리 2곳으로만 어선이 다닐 정도.

어민들과 배를 타고 두지리를 출발했다. 3분 만에 자장리 부근에 닿으면서 배를 멈춰야 했다. 수심이 낮아 더 이상 하류로 갈 수 없었다.

환경 보호를 이유로 임진강 일대 준설을 하지 않으면서 퇴적층이 쌓인 데다 지난해 연말부터 물이 줄어들어 수심이 더 낮아졌다.

강변의 바위에는 지금보다 50㎝가량 물이 더 들어차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국이 선명했다.

어민 장수득(67) 씨는 "평생 임진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했지만 요즘처럼 배가 못 다닐 정도로 물이 줄어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장 씨의 배 뒤편에 달린 모터 날개가 회전하면서 강바닥과 자주 부딪치는 바람에 여기저기가 휘어져 있었다.

다시 북쪽으로 배를 돌렸다. 길이 200여m로 보이는 '섬'이 나타났다. 물이 줄면서 섬으로 변한 곳이라고 했다.

근처로 접근해 내려보니 수심은 무릎 깊이에 불과했다. 어민들은 "오늘은 밀물이 심해서 여기까지 왔다. 썰물 때는 바닥까지 훤히 보여 배를 몰 수 없다"고 전했다.

배에서 내리면 바닥의 자갈이 선명하게 보였다. 강변 곳곳에서 점점 늘어나는 모래언덕과 자갈밭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14일 오후에는 평소 수심이 60㎝이던 연천군 군남면 북삼리 임진강 일대에서 갑자기 물이 줄고 바닥을 드러내 다슬기와 물고기가 폐사했다고 어민들은 전했다.

김광형 씨는 "그때는 이유를 몰랐으나 지금 보니 북쪽에서 물을 꽁꽁 가뒀기 때문인 듯하다. 담수가 본격화하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어민 이상재(56) 씨는 "임진강은 외지인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곳곳에 쌓이는 퇴적물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이제는 아예 강물이 줄어든다니 어떤 대책이 나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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