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대 표 “남북 연락사무소 제안 진정성 의문”
李대통령 “진심으로 만나려는 계획 갖고 있어”
민 주 당 “BBK사건 고발 취소해서 털고가자”
李대통령 “계획적으로 음해한 사람 용서 못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통합민주당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는 24일 청와대에서 여야 교섭단체 지도부 초청 오찬간담회를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쇠고기 수입 개방을 비롯한 국정 현안을 논의했으나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자리를 함께한 이날 간담회는 이 대통령의 미국 일본 순방 결과 설명을 위해 마련됐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 자리에서 FTA 비준동의안의 17대 국회 임기 내 처리와 쇠고기 수입 협상 결과에 대한 이해를 요청했으나 민주당은 농민과 축산농가의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정치보복 없지만 계획적으로 음해한 사람은 용서 못해’=박상천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BBK 주가조작’ 논란 사건과 관련돼 고소 고발된 야당 인사들에 대해 “검찰 수사가 야당 탄압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편파적인 듯하다. 여야가 함께 고발을 취소해서 털고 가자”며 ‘정치적 해결’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치공방으로 제기했던 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선거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 계획적 의도적으로 음해한 사람은 여야를 막론하고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정치적 변화이며, 앞으로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고발은 내가 한 것이 아니고 당이 한 것“이라며 고소 고발 취소 문제와 거리를 두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임기 5년은 일 제대로 하기도 짧다.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제 나는 대통령이 됐고, 경쟁자도 없다”면서 “야당을 탄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고 민주당 차영 대변인이 소개했다.
민주당 측 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이 ‘당 대표들이 협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며 ‘정치적 해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으로서 고소 고발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북 자세 전환 요구=손학규 대표는 “(이 대통령 당선 이후) 한반도 평화에 대해 지난 정부의 업적 이외에 적극적 발전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남북 간 사전 협의 없이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해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앞으로 남북관계에서는 좀 더 진전된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연락사무소를 제안한 것은 진심으로 만나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적대시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누구보다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에 관심이 많고 한미관계가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협상 결과에 대해 손 대표는 “한국 농업과 축산업에 오점을 남긴, 상처를 준 정상회담”이라며 “17대 국회 임기 안에 FTA 비준을 위해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력했지만 쇠고기 협상으로 역효과가 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피해 산업에 대한 적극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날 회동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손 대표는 먼저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첫 순방에 관해 “한미 한일 정상회담 잘 끝내고 잘 돌아오셨다. 한미 우호 관계와 동맹관계를 발전시키고, 한일관계도 증진했다”고 긍정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