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인재 이렇게 없나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靑, 수석-비서관 검증에 난항

‘후임 추천’ 공모 절차 밟기도

“괜찮은 사람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최근 이명박 정부의 각종 인사를 담당하는 청와대 관계자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얘기를 꺼낸다.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대한민국의 ‘요직’을 책임질 마땅한 인물이 없어 정부 출범 전부터 지금까지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지난 정부 10년 동안 ‘쓸 만한 인재풀’이 다 마른 것 같다”며 “그나마 적당한 후보자를 발굴하면 검증에서 걸려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말 사표를 제출한 이태규 전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 후임이 한 달째 정해지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카피라이터 등을 후보군에 넣고 검증을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한다.

4월 말 사표를 낸 박미석 전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의 후임 인선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전 수석비서관이 여성이라 당초 여성 후보를 찾았지만 인재풀의 한계로 남성으로까지 후보군을 넓혀 놨다. 하지만 후보군에 있는 일부 교수는 논문 검증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는 등 후임 인선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최근 각 수석비서관에게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의 후임을 추천토록 하는 일종의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 것도 협소한 인재풀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또 청와대는 홍보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청와대 일부 조직의 개편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담당할 적임자를 찾지 못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인사 업무 때문에 다른 일을 못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민주, 6·4재보선 후보 고심

한나라 공천탈락자 영입도

통합민주당이 6·4 재·보궐선거에 출마시킬 적절한 후보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해 대선, 올해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기초단체장 9곳, 광역의원 29곳, 기초의원 12곳)에서 어떻게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더욱이 2005년 4월 이후 치러진 4차례의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 0 대 40으로 참패한 바 있어 또다시 패배할 경우 상당 기간 ‘선거 무기력증’에 빠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당초 지난달 24일까지 후보 공모를 끝낼 예정이었지만 신청자가 적어 지난달 30일까지 공모를 연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청자는 불과 60여 명.

그나마 당선이 확실한 전남 영광군수 선거를 제외하면 변변히 내세울 인물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궁여지책으로 2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탈당한 조한천 전 의원을 복당시켰다. 조 전 의원은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에서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해 탈당한 뒤 4·9총선에서 한나라당 인천 서-강화갑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바 있다.

조 전 의원은 6·4 재·보선에서 인천 서구청장 출마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이 자력(自力)보다는 한나라당 인사들의 잘못으로 치러진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당 심재권 서울시당 위원장은 최근 연이어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 강동, 인천 서구 등 7개 지역은 한나라당 단체장의 사퇴 등으로 재·보선이 실시되는 곳”이라며 “재·보선은 주민 혈세로 치러지는 만큼 한나라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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