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의 특명 “通하라”

  • 입력 2008년 5월 15일 02시 58분


연일 ‘소통’ 강조… “젊은 세대에겐 Fun하게”

“대통령 되고난 후 보수라는 비판 받아”

여권 일각선 “복수의 대통령 특보 필요”

“각각의 세대에 맞는 소통 방식을 찾아라.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라.”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과 소통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던 이 대통령은 이날도 이틀째 ‘소통’이라는 화두에 집중했다.

▽“나에게는 태생적으로 변화의 피가 흐른다”=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인터넷이 화제에 오르자 “젊은 세대에게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펀(fun·재미)’이 없으면 의미가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정책을 만들고 전달할 때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매개로 ‘광우병 괴담’에 자극받아 서울 청계광장에 몰려든 10대들을 지켜보며 젊은 세대에 대한 정부의 소통 노력 미흡을 자성(自省)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젊은 세대에게 정부 문서는 ‘공자가 문자 쓰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좀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면서 “30, 40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설명할 때와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설명할 때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나는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배우기 위해 개그 프로그램을 일부러 유심히 보곤 한다”면서 “사실 내 생각은 매우 진보적이다. 지난 대선 때는 여느 후보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후보로 분류되곤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보수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이 나를 잘 모를 수 있는데, 나에게는 태생적으로 변화의 피가 흐른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공직자는 국민과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정부 조직과 국민 사이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다. 광우병 문제를 아는 부서는 농림수산식품부밖에 없고 다른 부서는 최소한의 상식선에서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실무자가 어렵다고 결론 내린 민원 중 50% 이상은 윗선에서 관심을 두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고위공직자들의 의식 전환을 촉구했다.

▽홍보 시스템 개편, 복수의 대통령특보 임명 검토=이 대통령이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대(對)국민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3일 측근인 정두언 정병국 의원, 강승규 진성호 당선자와 오찬에서 참석자들이 “국정홍보처도 폐지됐고, 홍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정부 차원의 홍보 전략 및 체계 부재(不在)를 지적하자 “홍보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권 일각에서는 복수의 대통령특보를 임명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정무 경제 사회정책 과학기술 등 특화된 몇 개 분야에 전문성과 경륜 있는 인사들을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특보로 임명해 각종 정책 집행과 관련해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소통을 촉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앞서 10일 대선 당시 외곽 지지활동을 한 언론인 출신모임 ‘세종로포럼’ 회원들과 삼청동 안가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시중여론을 청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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