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 소통 능력 칠레-터키보다 뒤진다”

  • 입력 2008년 5월 16일 03시 14분


■ 한상진 교수 7개국 분석

한국 정치권의 소통 능력이 칠레나 폴란드, 터키보다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치권의 소통 능력 부족은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과 국민의 권리 향유에도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사진) 교수는 15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7개국의 정치권 소통 능력 국제 비교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46.5점을 나타내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지난해 세계 주요 지역에서 7개 국가(한국 칠레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독일 스웨덴)를 선정한 뒤 해당 국가의 국회의원 100여 명과 언론인 5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 소통 능력 7개국 중 꼴찌

한국 정치권의 소통 능력은 100점 만점에 46.5점이었다. 터키(56.1점)나 칠레(54.0), 폴란드(52.2점)보다 낮은 점수다. 독일이 62.1점으로 가장 높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62.0점), 스웨덴(58.6점)이 그 뒤를 이었다.

소통 능력은 해당 국가 국회의원들에게 여당과 야당, 여당과 언론, 야당과 언론 등 8개 관계에서 의사소통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물어 이를 지수화하는 방법으로 산출했다.

조사대상 7개국은 선거를 통해 정치지도자를 뽑는 절차적 민주화 체제를 갖춘 이후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국가 중에서 선정됐다. 독일은 통일 이후의 변화 때문에, 스웨덴은 사회민주주의의 선두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됐다.

해당 국가의 언론인들이 별도로 평가한 정치권의 소통 능력에서도 한국은 38.2점으로 칠레(55.8점)나 폴란드(40.1점)보다 낮았다. 한국은 터키(36.9점)와 함께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 소통 능력 낮으면 민주주의 질도 낮아

정치권의 소통 능력이 낮으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 질도 함께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 교수는 민주주의 질을 ‘사회적 질’과 ‘시민적 질’로 나누어 분석했는데, 한국은 소통 능력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질에서도 꼴찌였다.

사회 양극화가 얼마나 적은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질’에서 한국은 46.8점으로 꼴찌였다. 독일이 59.5점으로 1위를 차지하는 등 다른 나라는 모두 50점을 넘었다.

소통지수와 사회적 질이 모두 높은 그룹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독일, 스웨덴이었고 모두 낮은 그룹은 한국, 터키, 폴란드였다.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얼마나 향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민적 질’에서도 한국은 61.0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칠레(66.2점)나 터키(63.4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은 집회 결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부문에서 점수가 낮았다.

한 교수는 “정치권의 소통 지수와 민주주의 질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치 소통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일깨워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정당들이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능력은 특히 다른 나라와 격차가 컸다. 한국은 32.3점을 받은 데 비해 칠레 47.0점, 폴란드 48.3점, 터키 49.3점 등이었다. 독일이 62.3점으로 1위였다. 소통 능력이 낮으면 정치적 타협이 어려워지고, 정치적 타협을 못하면 소통 능력도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한 교수는 “정치권의 소통 부재는 지난 10년간뿐만 아니라 현재도 여전하다”며 “소통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호성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지나친 자기 확신이나 숫자에 의한 밀어붙이기를 지양해야 소통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의 연구 결과는 16일 경북 경산시 대구대에서 열리는 한국이론사회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정치체제의 소통능력과 민주주의 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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